우리나라 중노년 10명 중 6명 이상은 ‘좋은 죽음(웰 다잉)’은 스스로 준비하면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한국노년학회지(Journal of the Korean Gerontological Society) 최근호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팀(이선희·정경희)은 지난해 전국 중노년층(40세 이상∼79세 이하)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웰다잉에 관한 전 국민 인식조사’를 연구 분석한 논문(중노년층의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자들의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좋은 죽음 자체와 그 준비에 대한 관심이 적은 ‘소극적 인식형’이다. 이 그룹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이 좋은 게 아니’라는 정도의 소극적 인식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외 임종 당시 본인의 모습, 자신의 죽음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도가 낮다. 연구팀은 전체 조사 대상자의 14.8%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두 번째는 죽음에 대한 준비·자기결정권·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죽음 등 좋은 죽음의 구성요소를 여러 측면에서 고려하는 ‘다층적 준비형’이다. 다층적 준비형은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거나, 사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것이 좋은 죽음’이라는 인식이 타 유형보다 눈에 띄게 높다. 또 주변과 함께 준비하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해당 유형에는 조사 참여자 중 가장 많은 64.0%가 속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죽음과 임종 시 가족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게 좋은 죽음이라고 인식하는 ‘현세중심적 죽음준비형’이 있다. 이 유형은 ‘가능한 한 오래 살다 죽는 죽음이나 사망 후 주변에 오래 기억되고 싶다’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은 게 특징이다. 생의 연장이나 사후의 일을 도모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삶을 마감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전체의 21.2%가 이 유형으로 분류됐다.
세부적으로 소극적 인식형은 남성이, 다층적 준비형 및 현세중심적 죽음준비형은 여성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또 주관적 건강 상태가 상대적으로 취약할수록 현세지향적 죽음준비형의 경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를 “죽음에 대한 원만한 준비를 통해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 임종기를 보내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오래 사는 것이 좋은 죽음’이라는 인식이 컸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전 유형에서 이 항목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높았던 점도 주목되는 변화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좋은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