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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해외 시장 진출' 시동 건 크라우드 펀딩 개척자

[포춘 인터뷰] 신혜성 와디즈 대표

[사진=차병선 기자]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본사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차병선 기자]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본사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을 개척한 와디즈(Wadiz)는 재능 있는 스타트업·중소기업들의 안착과 성장, 나아가 그들의 해외시장 진출 과정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킥스타터(Kick Starter)’를 꿈꾸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는 와디즈의 신혜성 대표를 만나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잠시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약 1년 전 발행된 포춘코리아 2017년 12월호에는 디자인 크라우드 플랫폼 ‘샤플(Shapl)’의 진창수 대표 인터뷰 기사가 실린 바 있다. 당시 샤플은 국내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 ‘샤플 Dr.Nah 캐리어 & 백팩’ 펀딩을 통해 무려 15억 원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이는 샤플의 애초 목표금액인 1억 원보다 무려 15배 높은 규모였다.


당시 샤플의 성공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로 작용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소비자들에겐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하나의 유통 채널’로, 또 투자자들에겐 ‘소액으로도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샤플이 펀딩을 진행했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제 2의 샤플’을 꿈꾸는 스타트업, 중소기업, 1인 창업가들이 와디즈의 문을 두드렸다. 당시 상황을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샤플의 성공은 와디즈에게도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와디즈라는 플랫폼이 기존 벤처캐피털(VC)을 대체하는 새로운 투자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무엇보다 와디즈라는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결정적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실제로도 샤플 성공 이후, 와디즈를 찾는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어요.”

◆군중 속에서 답을 찾은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의 의미는 말 그대로 ‘군중(Crowd)’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는 것(Funding)’이다. 이 같은 시스템이 처음 활성화된 미국에선 일반적으로 자금이 없는 스타트업이나 예술가, 사회 활동가들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찾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킥스타터(kick starter)’다. 지난 2009년 설립된 킥스타터는 현지에서 ‘킥스타터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가, 사회활동가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 바로 ‘킥스타터’였다.

킥스타터를 시발점으로 전 세계에는 수많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탄생했다. 와디즈도 그 중 하나였다. 2012년 5월 설립된 와디즈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포문을 연 플랫폼이다. 앞서 언급한 ‘샤플’ 펀딩을 기점으로 와디즈의 전체 펀딩액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7억 원 수준이었던 펀딩 규모는 2017년에 283억 원까지 성장했다. 2018년에는 9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와디즈 측은 예상하고 있다.

신혜성 대표는 말한다. “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출범해 지금까지 성장해왔습니다. 물론 그 정체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정체성이란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마중물을 제공하고, 투자자들에겐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저희는 현재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투자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캐치프레이즈인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세요’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투자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죠. 이를 통해 미국의 킥스타터와는 차별화 한, 다시 말해 기존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던 ‘와디즈만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와디즈에서 진행하고 있는 투자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흔히 ‘리워드(Reward) 프로젝트’로 불리는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이다. 보상형 펀딩은 쉽게 말해 프로젝트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 여기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제품을 보상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샤플의 캐리어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투자’ 형태와 비슷하다. 떠오르는 유망 기업, 제작을 준비 중인 문화 콘텐츠 등에 불특정 다수가 지분 혹은 자금 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할리우드 영화 ‘아토믹 블론드’, 원전 파괴를 주제로 제작된 국내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 등이 와디즈 펀딩을 활용해 제작 혹은 배급된 바 있다.

벤처나 금융업계에선 와디즈가 일반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투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여겨졌던 투자를 소액만으로도 누구나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취미생활’처럼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신혜성 대표는 말한다. “소비자들은 쉽고 빠른 것을 선호합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로켓 배송’, ‘바로 배송’ 등 빠른 것을 앞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저희 와디즈는 그와 정반대입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받으려면 펀딩이 마무리되고 배송이 시작되는 시점까지 최대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다림을 즐겁게 받아들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받기 위해선 돈과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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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증권형 투자의 경우, 투자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단히 말해 ‘시대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시대 변화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투자 방식’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신 대표에게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사진=차병선 기자] 신 대표가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한 ‘레트로 기계식 키보드’ 제품을 만져보고 있다.[사진=차병선 기자] 신 대표가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한 ‘레트로 기계식 키보드’ 제품을 만져보고 있다.


“저희 와디즈를 통해 투자자들은 다양한 기업, 서비스, 프로젝트에 투자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수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부터 각종 친환경 프로젝트, 영화, 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투자 영역에 제한이 없죠. 특히 제가 주목하는 부분은 성장 유망 시장과 관련된 네거티브한 요소가 저희 투자 프로젝트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유기견 보호’ 관련 펀딩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겠네요. 저희는 유기견 관련 프로젝트의 증가가 ‘펫산업’ 성장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펫 산업이 성장하면서 유기견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고자 나서는 곳은 몇몇 사회단체에 국한돼 있습니다. 하지만 와디즈 펀딩을 통해 누구나 유기견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단돈 5,000원, 1만 원의 투자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단순한 투자 플랫폼을 넘어 사회의 네거티브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상적인 창구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크라우드 펀딩’의 본질에 집중하다

현재 국내에는 와디즈 외에도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와디즈는 단연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와디즈가 국내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와디즈가 걸어온 길이 곧 국내 시장의 역사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장 처음 걸었다 하더라도, 그 길의 방향이 올바르지 못했다면, 와디즈는 결코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와디즈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신혜성 대표는 집요하게 ‘본질’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했다. 와디즈 창업 전, 그리고 창업 준비과정에서 가장 염두에 뒀던 ‘본질’을 잊지 않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치열하게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말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굉장히 기능적인 단어입니다. 크라우드와 펀딩이라는 단어의 조합 만으로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저희가 기능적 단어에 집중했다면 그저 많은 투자자와 프로젝트를 끌어모으고, 펀딩 규모를 늘리는 데에만 집중했을 겁니다. 하지만 본질은 그것이 아니었어요. 창업과 투자시장에 올바른 생각과 바람직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들과 또 이들을 지원하는 올바른 투자자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거였죠. 그것이 양쪽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전제조건이니까요. 저희는 그렇게 하기 위해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그것이 본질이라고 봤기 때문이었죠.”

우선 신 대표와 와디즈는 ‘창업가’ 입장에서 본질을 바라봤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다. 우선 와디즈는 창업가들을 위해 플랫폼 진입 문턱을 낮췄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진입 장벽을 높인다면 기존 VC나 투자업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현재도 와디즈는 기본적인 조건만 통과하면 누구나 투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기본적인 조건’이 허술하진 않다. 제품(혹은 서비스)을 펀딩 종료 시점까지 만들 수 있을지, 또 배송과 사후관리에는 문제가 없을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를 통해 제작부터 배송까지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되는 경우에만 창업자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있다. 또 펀딩 종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들 기업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신뢰’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다. 현재 와디즈는 펀딩 종료 후 자립에 성공한 기업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신 대표는 “와디즈는 초기 스타트업의 자립을 돕는 마중물 역할을 주로 하지만, 신제품 혹은 서비스를 사전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 창구로도 손색이 없다”며 “와디즈를 거쳐 간 기업 중에서도 상당수가 그 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금 와디즈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와디즈는 투자자를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리워드 프로젝트의 경우, 약속된 시기에 제대로 된 물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관리 하고 있다. 특히 증권형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금융위가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를 기존의 창업벤처 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발행 한도도 연간 7억 원에서 15억~20억 원으로 확대하는 등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신혜성 대표는 “지금도 회원 가입, 청약검토, 실제 청약, 청약완료 등 각 시점 마다 원금 손실의 위험성을 반복 고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필수 상식 테스트 등의 별도 서비스를 제공해 투자 리스크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와디즈에게 2019년은 매우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물론 새해에는 모든 기업이 저마다의 포부와 비전을 밝히며 미래 청사진을 그린다. 하지만 와디즈는 좀 더 특별하다. 몇 년 동안 준비해온 기업공개(IPO)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와디즈의 IPO는 크라우드 펀딩 업계, 나아가 스타트업 및 VC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역시 그 어떤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사진=차병선 기자]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와디즈 직원들.[사진=차병선 기자]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와디즈 직원들.


신혜성 대표는 말한다. “그 동안 와디즈를 통한 기업공개, 이른바 ‘WPO’ 투자 펀딩을 통해 초기 사업 자금을 유치하고 자립한 기업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제야 IPO를 하게 됐네요(웃음). 이번 저희 상장은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국내 1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라는 특성을 살리겠다는 전략이죠. IPO에 성공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미 필리핀,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에선 현지 플랫폼과 손잡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와디즈는 지금까지 펀딩에 성공한 제품 중 몇 개를 추려 일본 현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마쿠아케(マクアケ)’에 등록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빠르면 2019년 1월부터 일본 투자자들에게 국내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이게 된다. 역으로 일본 제품을 와디즈를 통해 선보이는 것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말한다. “최근엔 기술제품 관련 글로벌 1등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인디고고(indiegogo)’와 손잡고 와디즈 펀딩 성공 프로젝트의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투자형 프로젝트 부분에선 싱가포르 현지 플랫폼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죠. 앞으로도 저희는 모든 와디즈 파트너들이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그 밖에도 내년에는 연간 펀딩 목표 금액 2,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역량 있는 창업가 및 기업을 발굴하고 서비스의 수익모델 확장에도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저희 와디즈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안재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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