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포스코 별건수사' 배성로 前회장, 상고이유서 제출… "해외법인 특수성 고려해야"

인니 현지법인 돈 34억 횡령 혐의로 2심서 집유

배 前동양종합건설 회장, 23일 상고이유서 제출

"나라마다 정책 달라... 해외 진출기업에 악영향"

朴정부 때 MB 잡으러 포스코 비자금 캐다 별건수사

9개 혐의 중 8개 무죄됐지만 거래처·직원 잃어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 /연합뉴스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 측이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원심이 해외법인이나 기업간 거래의 특수성을 따지지 않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표적 수사의 일환으로 조사를 받다 기소된 배 전 회장 측은 “원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된다면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회계처리에 (좋지 않은)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무죄를 강조했다.

24일 법조계에 다르면 배 전 회장 측은 지난 23일 대법원에 이 같은 내용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이날 서울경제가 입수한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배 회장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한누리는 “이 사건은 포스코의 비자금과 특혜 가능성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됐으며 검찰은 포스코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인 수사를 감행했다”며 “법인 대표자가 보관 중인 돈을 법인을 위해 사용했고 그 예산의 용도가 엄격하게 제한된 경우가 아니라면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한누리는 “지배·종속관계에 있는 모자회사 관계인 경우에는 계열회사 간 자금이동에 대해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있어 더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원심은 기업간 거래와 해외법인의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배 전 회장 측은 “원심판결의 잘못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회계처리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 전 회장은 해외법인인 동양인도네시아가 업무상 보관하고 있던 회삿돈 34억원을 기술 용역료 명목으로 국내로 송금받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1,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토대로 산업은행에서 180억원을 사기 대출받은 혐의, 계열사인 영남일보 주식을 싸게 팔거나 동양이앤씨 주식을 비싸게 사서 동양종합건설에 8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 하도급 업체 선정을 위해 포스코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에게 5,000만원의 뒷돈을 준 혐의 등도 받았다.


1·2심은 검찰이 제기한 9개 혐의 가운데 8개를 무죄로 보고 동양인도네시아 관련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배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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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 전 회장 측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동양인도네시아 관련 횡령 혐의도 동양종합건설 본사가 페이퍼컴퍼니 수준이었던 해외 현지법인에 인력을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동양종합건설은 동양인도네시아와의 특수 관계 때문에 계열사인 운강건설을 통해 인력투입 비용을 회수했는데 이는 현지의 특수한 고용정책과 세금정책을 감안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 전 회장은 2심 선고 직후인 지난달 19일 서울고법에 바로 상고장을 제출했다.

게다가 해당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실세들을 향한 박근혜정부의 표적 수사로 시작됐다는 점도 배 전 회장이 부당하다고 보는 부분이다. 2015년 당초 검찰은 배 전 회장이 인도네시아 현장에서 3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 포스코 고위층이나 이명박 정부 실세 등에 로비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돌입했다. 배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친하다는 친분설도 수사의 배경이 됐다. 검찰이 포스코 본사와 계열사, 협력업체를 가리지 않고 수사 대상에 올리는 가운데 휩쓸린 것이다. 그러나 비자금과 관련해 아무런 단서나 증거가 나오지 않자 검찰은 돌연 별건 수사를 벌여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그 사이 동양종합건설은 정권 수사의 눈치를 본 대다수 거래처를 잃었고 직원도 80% 이상 줄었다는 후문이다.

동양종합건설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미국 등 다른 외국계 기업들도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제재 없이 거액을 가져가는데 이를 한·미 어느 정부도 횡령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며 “나라마다 정책이 달라 적법한 방법을 찾기 위해 중소 건설사들이 늘 고민하는데 이번 건이 유죄로 확정되면 외화를 벌어오는 기업들엔 역차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검찰은 1·2심에서 유죄를 받은 횡령 혐의는 물론 무죄를 받은 8개 배임·횡령 혐의도 모두 유죄가 맞다는 입장이다. 검찰 역시 지난 6월19일 상고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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