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갈등 유발...집회·시위 일상 된 서울교육청

자사고·혁신학교·비정규직 등

당국 오락가락 정책이 불만 키워

사상초유 3개단체 동시시위까지

뾰족한 대책없어 장기화 불가피

마곡2중(가칭)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위)과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지정 취소를 촉구하는 숭문고등학교 학부모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동시에 집회를 갖고 있다. 혁신학교 반대 학부모들 뒤에는 학교 비정규직 농성 천막도 자리하고 있다. /성형주기자마곡2중(가칭)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위)과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지정 취소를 촉구하는 숭문고등학교 학부모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동시에 집회를 갖고 있다. 혁신학교 반대 학부모들 뒤에는 학교 비정규직 농성 천막도 자리하고 있다. /성형주기자



최근 주요 교육현안을 두고 학부모 단체가 상반된 입장으로 갈리고 갈등이 증폭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집회·시위의 ‘메카’로 변모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와 혁신학교 강행, ‘급식 대란’을 불러온 학교 비정규직과의 지지부진한 협상 등 교육 당국의 오락가락 정책이 학부모들과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농성 집회가 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돌봄 전담사와 스포츠 강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 비정규직 노조원이 올해 2월 초부터 교육청 정문 앞에서 농성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조원은 “지난 설날 때부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제는 교육청이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3115A27 서울시


이처럼 교육청 앞에서 교육 당국을 상대로 하는 집회는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2~24일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서울 자사고 8개 학교의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에는 재지정 취소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시위가 열렸다. 특히 23일에는 마곡2중 예비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지역 학부모 모임인 ‘마곡2중 예비혁신반대 추진위원회’와 자사고 학부모 모임, 학교 비정규직 단체 등이 교육청 정문 앞에서 동시에 집회를 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한 교육청 직원은 “교육청 앞에 3개 단체가 동시 집회를 벌인 적은 처음”이라며 “시위 현장 통제를 위해 22~24일 동원된 경찰 인력만 300명이 넘을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부모들과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교육 당국이 갈등을 유발하는 현안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어 현장의 집회·시위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당장 자사고 학부모들의 시위는 오는 8월1일 예정된 교육부의 서울 자사고 최종 심의결과에 따라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혁신학교 문제 역시 기존 학교들의 신청이 줄어든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지역 학부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년 개교하는 마곡2중의 예비혁신학교 지정을 강행하면 기존 시위 규모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여기에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이미 2학기가 개교하는 9월에 맞춰 총파업을 재개해 ‘급식 대란’을 이어갈 것이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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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반복되는 시위에 교육청을 찾은 시민들의 불편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사고 학부모 집회 시위 기간 동안 교육청을 찾은 한 시민은 “정문을 통과하는데 갑작스럽게 신분을 확인하고 어떤 용무인지 캐물어서 당황했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가 많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교육청에서도 시위가 이렇게 많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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