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예전만 못한 NRA 세력...“美 총기 규제 지금이 호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지난 주말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와 관련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지난 주말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와 관련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지난 주말 3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텍사스와 오하이오주 연쇄 총기 참사로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미국 내 여론이 고조하고 있는 가운데 의회의 총기규제 입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등과 함께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3대 로비로 불리는 전미총기협회(NRA)의 영향력이 전례 없이 약화됐다는 판단이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만 회원을 주장하는 NRA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후원해온 이익단체로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로는 총기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막상 규제법안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배경이다.


그러나 최근 잇따른 국내 총기참사로 총기에 대한 일반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데다 NRA 자체도 자리싸움으로 지도부가 1년 만에 교체되는 등 내분을 겪으면서 그 영향력이 크게 줄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란 콘트라 스캔들 주역이었던 올리버 노스 중령(예비역)이 지난해 NRA 회장에 선출됐으나 조직 내분으로 1년 만에 사임했다.

NRA는 또 지난 6월 자체 TV를 폐쇄하는 한편 홍보와 정계 로비 등을 담담 해온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사퇴했다. 지난주에는 3명의 이사회 멤버가 지도부에 대한 신뢰 상실을 이유로 사퇴하기도 했다.

NRA는 2016년 미 대선을 전후해 러시아 여성 마리아 부티나가 NRA와 접촉해 보수정치인 정보를 러시아에 넘긴 스파이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총기 거래자 신원조회 강화법안을 공동 발의한 피트 킹 하원의원(공화, 뉴욕)은 5일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NRA가 예전처럼 강력하지 않다”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의회에서 총기규제법안을 추진한다면 NRA가 이를 저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하원 국토 안보위원장을 지낸 킹 의원은 “NRA가 약화한 만큼 사람의 약점을 간파하는 거래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이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줄리언 카스트로 전(前) 샌안토니오 시장도 “10년 전과 비교해 NRA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늘어났으며 미국 정계에 대한 NRA의 장악력이 많이 완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NRA가 잇따른 스캔들로 크게 약화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하기만 한다면 지금까지 NRA의 반대에 막혀있던 총기 규제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CNN에 “NRA는 현재 기본적으로 벌거벗은 황제”라면서 “대통령이 공화당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한다면 총기규제법들에 모종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NRA의 영향력이 실제로 그만큼 약화했는지에 대한 이론도 제기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해온 NRA에 맞서 규제법안을 추진할지도 미지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총기규제에 대해 들쑥날쑥한 입장을 보여왔으며 지난 주말 총기참사에 대해서도 총기 자체보다는 정신질환과 증오가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NRA도 이에 총기 관련 폭력의 근원에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방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박민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