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터리]자연 속에서 더 잘 자라는 아이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



여름방학이다. 어릴 적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시는 시골에 내려가 수박 먹고 물장구치며 놀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어린 시절 농촌에서 여름방학을 보낸 사람이라면 이런 추억 하나 정도는 품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방학 중에도 학업으로 쉴 틈 없이 바쁘다.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스카이캐슬’ 속 아이들은 입시경쟁에 내몰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원치 않는 선택을 한다. 현실을 과도하게 묘사했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의 현실과 그리 멀지 않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청소년이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최근 아이들의 정서 함양과 사회성 교육을 위한 ‘학교 텃밭’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스쿨가든(School Garden)’ 영국은 ‘스쿨팜(School Farm)’ 호주는 ‘빌리지스쿨(Village School)’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직접 작물을 재배하고 동물들을 돌보며 생명의 가치를 깨닫고 공동체 의식을 기른다. 자연에서 얻는 정서적인 안정과 즐거움은 덤이다.


농촌진흥청과 국립산림과학원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학교에서 텃밭이나 숲을 가꾼 이후 아이들의 적대감이 18%, 공격성과 분노가 각각 20%, 19% 낮아졌다. 반면 창의성과 환경 감수성은 향상되고 또래와의 정서적 유대감도 높아졌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우리나라도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도시 청소년을 위한 농업·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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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농식품부는 교육부와 함께 중학교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교 텃밭 체험’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 텃밭을 가꾸면서 자연과 농업의 소중함을 피부로 직접 느끼게 하자는 취지다. 올해 2학기에는 전국 30개 중학교에서 주 1회 2시간씩 학생들이 도시농업관리사와 함께 학교 텃밭 조성 계획을 세우고, 농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농사의 전 과정에 참여하며 살아 있는 자연을 경험한다. 또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해 자기만의 개성 넘치는 텃밭 이름을 짓고(국어) 달걀노른자와 식용유를 섞은 천연 농약도 만들며(과학) 빗물저금통이나 재활용품을 이용해 텃밭을 꾸미기도 한다(미술). 나아가 공동체 정신을 배우고 지역사회에 따뜻한 나눔을 실천할 수도 있다.

이제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학원과 봉사활동으로 바쁜 방학을 보낸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학업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지만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학교 텃밭 프로그램을 권해본다. 청소년들은 도시로 끌어들인 작은 자연 속에서 입시경쟁과 학업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행복한 기억들을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답은 위대한 자연 속에 있다”라는 안토니오 가우디 건축가의 명언처럼 자라나는 푸른 잎과 부드러운 흙에는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낼 힘이 충만하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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