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적폐몰이로 해외자원 헐값에 계속 내다팔건가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적폐몰이 여파로 국내 공기업이 투자한 알짜 해외자산을 제값을 받지 못하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본지에 따르면 8일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매물로 내놓은 코브레파나마광산 지분 10%에 대한 본입찰이 유찰됐다. 입찰에 일본·중국·캐나다의 유력 자원개발 업체가 참여했지만 모두 터무니없는 가격을 써낸 모양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자원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자산 매각 방침이 빌미가 됐다. 지분 처분이 급한 광물공사의 사정을 간파한 입찰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입찰가는 광물공사가 제3자 가치평가를 통해 결정한 예정가격에도 미달했다고 한다. 광물공사는 앞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지분을 팔아야 하는데 가격이 경쟁입찰 때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걱정이다. 코브레파나마광산 투자는 해외 자원개발 중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사업이다. 구리 매장량이 세계 10위권인 약 32억톤에 달하는데다 사업 참여 10년 만인 올 2월 시험생산에 돌입해 1년 후면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사업 리스크가 대부분 해소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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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알짜 자산이 외국 회사에 넘어갈 위기인 것도 모자라 헐값에 매각해야 할 판이니 기가 막힌 일이다. 이는 이전 정부의 비리를 캐겠다며 자원개발 사업에 사법 잣대를 들이대며 적폐몰이에 나섰던 수년 전부터 예견됐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의 ‘매각 우선’ 방침으로 헐값 매각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부실 자원공기업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지만 사업성 있는 자산까지 서둘러 팔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해외자산 매각은 안정적 에너지·자원 공급체계 구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해외 자원개발은 생존의 문제다. 정부는 적폐 시각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사업발굴과 자원외교를 복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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