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대법원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 고위 인사들에 이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만나 취임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전임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달리 헌재소장 인사 후 민갑룡 경찰청장을 따로 찾지는 않아 이번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의중을 내비치지 않았다.
윤 총장은 9일 오후 3시50분 서울 재동 헌재를 찾아 20여 분간 유 헌재소장과 비공개 담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민감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보다는 일반적인 축하 인사를 건네고 기관 간 협력 등을 서로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은 유 헌재소장을 예방한 뒤 다른 헌법재판관들도 차례로 찾았다.
윤 총장은 다만 헌재 예방 뒤 인근 경찰청을 들르지는 않았다. 이는 문 전 총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문 총장은 취임 나흘 뒤 바로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을 만났고, 퇴임 전날인 지난 7월23일에도 헌재를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경찰청을 들러 민 청장과 환담을 나눴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양 기관이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를 연출하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전략으로 평가됐다. 검찰총장이 취임 직후와 퇴임 직전 경찰청장을 방문한 것은 모두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윤 총장은 문 총장의 이 같은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기로 했다. 장관급인 검찰총장이 장관급 이상의 법조계 고위직들과 차관급인 경찰청장에게 동등하게 취임 인사를 하는 것은 관례가 될 수 없다는 입장 때문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은 윤 총장 입장에서 강경파인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 날 경찰청을 방문할 경우 자칫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민 청장은 현재 여름 휴가를 떠난 상태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취임 직후 경찰청 방문은 문 전 총장의 경우 이례적이었던 것”이라며 “경찰청장과는 조만간 따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시기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