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 투어에서 슬로 플레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노던 트러스트(총상금 925만달러)에서는 브라이슨 디섐보(26·미국)가 도마에 올랐다.
‘필드의 과학자’로 불리는 디섐보는 평소 샷 하기 전 루틴이 긴 편이다. 전날 2라운드 8번홀 그린에서 3m 가량의 퍼트 한 번 하는 데에 2분 넘게 시간을 끈 동영상이 퍼지면서 비난이 더욱 거세졌다. 영상 속 디섐보는 홀 뒤쪽에 서서 이리저리 걸으며 퍼트라인을 한참 동안 살피다 코스 정보가 담긴 책자인 야디지북을 꺼내 읽고는 다시 라인을 파악했다. 볼 쪽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쭈그리고 앉아 라인을 보고 일어나 옆쪽에서 기울기를 확인하더니 다시 앉아 ‘측량’을 이어갔다. 볼 뒤쪽에 서서 다시 라인을 파악하고 몇 차례 연습 스트로크를 하고 난 뒤 볼 마커를 집어들어 어드레스에 들어가는가 싶었으나 볼 뒤로 물러나 또 한 차례 연습 스트로크를 했다. 마침내 어드레스를 취한 디섐보는 느리게 두 번 연습 스트로크를 보탠 후에야 퍼트를 했고 볼은 홀을 빗나갔다. 동반한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는 기다리는 동안 연신 땀을 닦았고 얼굴에선 지루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잉글랜드 선수인 에디 페페렐은 트위터를 통해 “토미와 저스틴 둘 다 완전히 지루해 보인다”며 “슬로 플레이어는 경기를 덜 즐겁게 만드는데, 문제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역시 잉글랜드 출신인 로스 피셔도 “느린 플레이는 선수들과 팬들의 경기를 망친다. 골프기구들이 모여 이제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최근 브룩스 켑카(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슬로 플레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에비앙 챔피언십 2라운드가 6시간 가까이 걸리자 스테이시 루이스와 폴라 크리머(이상 미국) 등이 늑장 플레이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일이 있었다.
한편 이날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파71)에서 계속된 대회 3라운드에서는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 패트릭 리드(미국)가 4타를 줄여 중간합계 14언더파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아브라암 안세르(멕시코)가 1타 차 2위(13언더파)에 올랐고 무려 8타를 줄인 브랜트 스네네커(미국)가 공동 3위(12언더파)로 31계단을 점프했다. 매킬로이는 공동 8위(10언더파), 직전 윈덤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한 안병훈(28)은 3타를 줄여 디섐보 등과 나란히 공동 24위(6언더파)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