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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INSIDE] 1세대 PEF '명가'의 부활… 위축된 중소·중견기업 회수시장 날개 달까

토종 最古 H&Q코리아, 6,000억 펀드 모집 첫발

회수 앞둔 3호 펀드 투자원금 대비 1.6배 초과 수익 전망

8,500억 4호펀드 투자 닻 올린 VIG파트너스







우리나라 인수·합병(M&A) 시장을 개척했던 1세대 사모펀드(PEF)가 잇따라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리고 있다. 8,500억원 규모 4호 펀드의 첫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를 비롯해 국내 최장수 PEF인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이하 H&Q코리아)도 6,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 모집의 첫발을 뗐다. 위축된 중소·중견기업의 회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Q코리아는 내년 상반기 종결을 목표로 6,000억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 펀드의 출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H&Q는 지난달 국민연금의 미드캡(Mid-Cap) 부문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이미 1,700억원 규모의 출자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H&Q는 지난 196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벤처투자사로 출발한 글로벌 PEF다. 1996년 홍콩에 H&Q아시아퍼시픽으로 지점을 개설한 뒤, 1998년 한국에 사무소를 열었다. 당시 쌍용투자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의 경영권 인수 후 매각(바이아웃·Buy-out))에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5년 스핀오프(분사·Spin-off)를 통해 독립의 첫발을 뗀 뒤 4개의 펀드를 통해 1조6,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단행했다. 3,0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통해 부가가치통신망(VAN) 업체인 KS넷를 비롯해 만도, 현진소재, 용현BM, 대한유화공업 등에 투자해 2배 이상의 수익을 내면서 1세대 ‘토종’ PEF의 이름을 드높였다. 당시만 해도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글로벌 PEF가 국내 M&A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상황이었다.


잘나가는가 싶던 행보가 엉킨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조성한 2호 펀드 투자 당시였다. 800억원을 투자한 에스콰이어(현 이에프씨)가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했고, 이어 메가스터디 투자금을 회수할 당시에도 수백 억원의 손실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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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코리아 부활의 밑바탕을 다진 건 3호 펀드였다. 5,600억원 규모 3호 펀드는 잡코리아를 비롯해 일동제약, LS전선아시아, CJ헬스케어 등에 투자했다.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회수를 눈앞에 두고 이미 투자원금 대비 35%의 돈을 확보해 이미 출자자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진다. 주요 출자자가 보수적으로 산정한 공정가치 평가액만 투자원금 대비 1.6배가량이다. H&Q코리아 관계자는 “잡코리아만 시장가치로 팔아도 투자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호 펀드의 일부 금액과 3,500 규모 프로젝트 펀드가 들어간 지난해 11번가 투자도 성공적 투자로 평가되고 있다.

4호 펀드 모집이 흥행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4호 펀드는 H&Q아시아퍼시픽에서 완전히 독립한 펀드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H&Q아시아퍼시픽은 H&Q코리아 1호 펀드에서 50%, 2호 펀드에선 35%, 3호 펀드에서 15%가량 H&Q코리아의 펀드 지분을 보유했었다. 완전한 독립에 맞춰 투자에 무한책임을 지는 파트너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1세대 토종펀드로 H&Q코리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VIG파트너스는 이미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 VIG파트너스의 전신인 보고펀드는 BC카드, 노비타, 버거킹코리아 등으로 화려한 투자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지만 2007년 KTB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인수했던 LG실트론 인수로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2016년 바이아웃 사업 부문을 분리해 VIG파트너스로 간판을 바꿔 달았고, 최근 삼양옵틱스 투자금을 성공리에 회수했다. 8,500억원 규모로 조성 중인 4호 펀드는 목표액을 초과달성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엔 4호 펀드를 통해 교육전문기업인 디쉐어(D.SHARE)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1세대 펀드의 부활이 위축된 중소·중견기업 회수시장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H&Q코리아와 VIG파트너스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영권을 확보가 주요 전략인 대표적 PEF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M&A 시장이 많이 성장은 했지만 대기업과 대규모 사모펀드에만 치우쳐 있는 경향이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게 최근 상황인 만큼 이들 사모펀드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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