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마크리 정권 경제회생 실패에…아르헨 다시 '좌향좌'

살인적 물가에 실업률 악화 덮쳐

긴축 고삐까지 조이자 국민 분노

대선 예비선거 중도좌파에 대패

'자격 고사'에 불과한 선거지만

본선 두달 앞 '민심 풍향계' 역할

이대론 결선투표 않고 끝날 수도

좌파 포퓰리즘 재연 우려 커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 /부에노스아이레스=AP연합뉴스



4년 전 좌파 포퓰리즘에 실망해 친(親)시장 대통령을 선택한 아르헨티나가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예비선거(PASO)에서 중도좌파 후보인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는 우파 정권을 이끄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을 득표율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며 선두를 차지했다.

CNN 등에 따르면 88%까지 진행된 이날 대선 예비선거 개표 결과 중도좌파 연합 ‘모두의전선’의 페르난데스 후보가 47.37%로 독보적 선두로 올라섰다. 페르난데스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는 지난 2007~2015년 집권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다. 중도우파 연합 ‘변화를위해함께’ 후보로 나선 친시장주의 마크리 대통령은 15%포인트가량 뒤진 32.23%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대선 예비선거는 대선후보 중 득표율 1.5% 미만 후보를 걸러내기 위한 절차로, 오는 10월27일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직접 확인할 기회로 여겨진다.


2015년 대선 당시 좌파 정권에 등을 돌렸던 아르헨티나 민심이 4년 만에 다시 왼쪽을 향한 것은 경제를 살려놓을 것으로 기대됐던 우파 정권에서 경제위기가 더욱 심화한데다 마크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실시한 긴축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다. 마크리 대통령은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 유권자의 신뢰를 잃으면서 12년 만에 우파 정권 수립에 성공했지만, 2015년 12월 취임 이후 아르헨티나 경제는 높아지는 실업률과 살인적으로 치솟는 물가로 오히려 깊은 시름에 빠졌다. 실업률은 2017년 4·4분기 7.2%에서 올 1·4분기 10.1%로 급등했으며 올해 5월 물가 상승률은 57.3%로 2017년 말의 24.8%에서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27.3%로 전년도 하반기보다 1.6%포인트 상승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빈곤율은 4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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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IMF와 560억달러(약 6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대출에 합의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반발은 커졌다. 정부가 구제금융 대출 조건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2017년 3% 이상에서 2019년 1.3%로 낮추기로 하고 공공요금 인상과 재정복지 지출 및 각종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는 긴축정책에 돌입하자 국민들의 분노에 불이 붙은 것이다. 5월 전국노동자총연맹(CGT)은 24시간 총파업을 벌이며 “IMF만 따르는 마크리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공식적으로 전면 거부한다”고 외쳤다.

페르난데스 후보도 급등한 물가와 막대한 규모의 IMF 구제금융을 비판하며 마크리 대통령을 몰아세우고 있다. 그는 한 TV광고에 출연해 “경제성장을 이루기 전까지 빚을 갚을 수 없다”며 이번 대선 때 당선되면 사실상 IMF 구제금융에 대해 재협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임에 빨간 불이 켜진 마크리 대통령은 투표 종료 후 “좋지 않은 선거였다”며 “10월 대선에서 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2배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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