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 소중한 것은 모두 피땀을 흘려야 얻을 수 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국내 경기가 부진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해 정책당국과 관변 경제학자들은 흔히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리해진 것을 그 첫째 원인으로 내세우곤 한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여건을 이겨내는 것도 경제정책 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실제로 지금보다 훨씬 경제여건이 어려웠을 때도 훌륭하게 극복하고 뛰어난 경제 업적을 남겼던 적이 우리 경제사에는 제법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때를 들 수 있다.


당시는 단군 이래 최대의 난리라며 ‘환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제여건이 어려웠다. 일본 경제가 2년이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당시의 세계 경제는 전반적으로 나빴다. 더욱이 외환위기는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1979년 말에 외환위기가 터진 뒤 1984년과 1987년에 재발해 1990년대 초까지 10여년 동안이나 경제난을 겪었다. 심지어 영국조차 1976년 말에 외환위기가 터진 뒤 5년 이상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오죽했으면 “5년 안에 환란만 극복해도 역사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기록할 것이다”라고 김대중 정권에 당부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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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리한 대내외 경제여건에서도 김대중 정권은 외환위기를 불과 1년 만에 세계사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해냈다. 우선 1998년 말의 외환보유액은 520억달러를 기록해 1990년대 중반의 최고 수준보다 거의 2배에 이르러 외환보유액 고갈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IMF 등의 구제금융 규모도 당초 584억달러에서 189억달러로 크게 축소시켜 그 후유증을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1999년 성장률은 11.3%에 이르렀고 2000년에도 8.9%를 기록함으로써 우리 경제는 다시 고도성장 가도에 올라섰다.

그러나 이런 위대한 업적은 철저히 폄하됐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 드러난 2000년 후반부터 ‘하반기 수출전망 어둡다’ ‘건설경기 전망 어둡다’ ‘창원의 기계들이 고철이 돼가고 있다’ 등의 보도가 난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산업들은 계속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자 새로운 경제위기가 곧 터질 것처럼 줄기차게 떠들어댔다. 그러나 그해 초만 하더라도 “올해는 7%만 성장하더라도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다고 평가해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김대중 정권에 당부했었다. 실제로 그해 성장률이 무려 8.9%를 기록했다.

더 심각한 사태는 그 뒤에 벌어졌다. 국부유출·빈부격차·국가부채·가계부채, 흑자기업 도산, 산업 공동화 등 부정적인 얘기들이 난무했던 것이다. 이는 마치 중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를 수술로 겨우 살려낸 의사에게 수술비와 약값이 너무 많이 들었고 환자가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한다고 투정한 꼴이었다. 결국은 위대한 경제 업적을 이뤘던 경제정책들이 모두 외면당하고 말았다. 성공한 정책을 외면했으니 당연히 남은 것은 실패할 정책뿐이었다. 노무현 정권, 박근혜 정권, 이명박 정권,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경제난이 심각해지기만 했던 근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공공부문 축소와 구조조정 등 김대중 정권의 경제정책은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모두 피땀 흘려야 하는 것들이어서 더더욱 외면당했을 것이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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