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교·안보 고립 막을 대책은 있나

정부의 느닷없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후유증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모습이다. 연장 통보시한을 이틀 앞두고 나온 초강수 대응에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일 3각 협력체제에도 심각한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소강 기류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던 한일관계는 다시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미국은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청와대 발표 직후인 22일(현지시간) “한국이 지소미아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도 이날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성명을 내놓았다. 특히 두 번째 발표에서는 첫 성명에 없던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표현이 추가됐다. 한미일 안보협력 이슈에서 신중한 발언을 해오던 폼페이오 장관과 미 국방부 관계자들의 발언 톤이 세진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만큼 한미일 공조를 흔드는 한국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뜻이다. 미국의 반응이 격해진 것은 청와대가 “미국은 이번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한 데 대한 불만이 더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과 미국 내 연관부처 간 조율과정에서 “청와대가 사실과 다른 발표를 한 데 대한 불만이 공유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청와대의 상황 판단과 달리 미국 정부 내의 기류가 훨씬 더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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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면 미국 안보전략의 중요 축에서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핵 폐기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가운데 미국·일본과의 협력 고리가 삐걱댄다면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설 자리는 좁아진다. 자칫 외교·안보·국방 전반에서 국제미아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더군다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이 미국 역대 정권에 비해 더 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한국의 국제적 고립이 심해지면 북핵 협상과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만 강화해주는 최악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박 강도가 지금보다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도태평양전략 참여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호르무즈해협 파병, 관세 장벽 등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이 벼르고 있던 여러 안보비용 청구서들이 한꺼번에 밀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정략적인 고려 때문에 고립의 길을 자초하면 그 결과 발생하는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된다. 안보 헛발질이 계속되는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과연 편안히 단잠을 잘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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