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회에 공 떠넘겨...여야, 총선 겨냥 '핑퐁게임' 할 듯

[국민연금 개혁 결국 빈손]

경사노위, 靑 가이드라인 지키려다 단일안 실패

다수안 ‘소득대체율 45%-보험료율 12%’ 제시

표심의식해 정치권도 개혁안 뒷전으로 미룰 듯

장지연 연금특위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장지연 연금특위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연금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가 10개월에 걸친 논의에도 단일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연금 개혁 자체가 좌초할 위험이 커졌다.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인기 없는’ 연금개혁은 뒷전으로 미뤄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애초에 연금 개편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데다 후세대의 부담까지 걸려있는 사안을 정책 입안과 입법의 권한이 없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 맡긴 것부터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제도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정부와 국회는 “경사노위에서 권고안이 넘어와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 연금 개혁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경사노위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단일안을 만들어달라는 뜻에서 넘긴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결과로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기대는 무색해졌다. 장지연 특위 위원장은 “국민적 기대에도 단일안으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아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단일안으로 의견이 모아졌을 때 훨씬 더 힘을 받을 수 있고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모르지 않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30일 연금특위가 발표한 논의 결과는 국민연금을 두고 각계의 이견이 팽팽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연금특위에 참여한 각계 대표는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두고 끝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3가지 안을 내놨다. 그 중에서도 2가지 안은 당초 정부가 제시한 4가지 안과 겹친다. 2028년까지 40%로 떨어지게 돼 있는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고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0년간 12%로 올리는 ‘가’안은 정부안 중 3안과 유사하다. 사용자 대표가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고 제안한 ‘나’안도 정부안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두 가지 모두 현 상태를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지급액의 비율)을 더 높이는 안이어서 국민연금 개편의 주요 목적인 재정 안정화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 경사노위에 따르면 ‘가’안을 택할 경우 기금소진연도가 2064년으로 현행을 유지할 때(2057년)보다 7년 더 늦춰진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재정 안정화를 위해 어렵게 낮춰놓은 소득대체율을 도로 높이는 방식이어서 장기적인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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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만 “후세대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재정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현세대의 최소한의 책임이 중요하다”며 소득대체율 인상 없이 보험료율을 10%로 즉각 인상할 것(‘다’안)을 제안했다. 이 경우 기금소진연도는 2060년으로 3년 늦춰지는 데 불과하지만 이후 보험료율 추가 인상 부담은 ‘가’안보다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안에도 없는 내용인데다 여러 참여주체 가운데서도 지지도가 떨어져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이날 결과를 두고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상했던 실패”라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료율 인상은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당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국민연금제도 개편 정부안을 준비하면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로 올리는 방안을 준비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초안을 반려하면서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는 뒷전이 됐다.

문 대통령의 ‘퇴짜’ 이후 복지부는 4가지 안을 담아 최종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소득대체율을 올리면서 보험료율은 최소한만 올리는 방안에 더해 ‘현행 유지’안까지 포함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 대타협을 하겠다며 경사노위 산하에 연금특위까지 만들었지만 위원 구성부터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한 연금 전문가는 “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소득대체율 인상과 소득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소속”이라며 “지난해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한 청와대와 정부가 특정한 결과를 기대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원한 한 특위 위원은 “애초에 아무런 권한도 책임도 없는 경사노위에서 연금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며 “국회가 책임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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