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각막 하나로...두 명의 세상 밝혔다

황호식 여의도성모병원 교수팀

각막 안·바깥쪽 부분이식 성공

눈앞 30㎝도 식별 어려웠던 환자

수술 후 시력 0.25까지 회복

황호식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안센터 교수가 부분층 각막이식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의도성모병원황호식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안센터 교수가 부분층 각막이식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의도성모병원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이 최근 기증받은 각막 1개로 환자 2명에게 훨씬 또렷해진 눈을 선물했다.

안센터 황호식 교수팀은 기증받은 1개의 각막으로 60대 여성과 남성 환자에게 각막의 5개 층(상피세포층, 보우만막, 실질, 데세메막, 내피세포층) 가운데 일부만 이식하는 부분층 각막이식에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각막이식은 각막의 모든 층을 통째로 이식하는 전층(全層) 이식이 대부분을 차지했었으나 최근 이상이 있는 층만 이식하는 부분층 이식이 늘고 있다. 지난 2017년의 경우 729건의 각막이식 중 577건(79%)이 전층 이식, 나머지는 부분층 이식이다. 여의도성모병원은 황 교수 등 2명이 월 3~4건의 부분층 각막이식수술을 한다.


부분층 각막이식을 받은 여성(과립각막이영양증)은 수술 전 눈앞 30㎝에 있는 손가락의 수를 간신히 구분할 수 있을 정도(안전수지 30㎝)로 시력이 나빴다. 일반 시력으로 치면 0.02 수준. 하지만 기증 각막 두께의 90%를 차지하는 각막실질의 상당 부분과 그 바깥쪽 보우만막·상피세포층을 이식(심부표층각막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시력이 0.25로 나아졌다. 이 수술은 각막 내피세포는 정상이지만 각막실질 등 각막 앞쪽이 혼탁하거나 상피세포가 지저분해 사물이 부옇게 보이는 경우, 각막실질이 원뿔처럼 툭 튀어나온 경우에 한다.

관련기사





각막실질이 눈 안에서 만들어져 영양분을 공급하고 눈의 형태와 적정 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수(房水)를 너무 많이 빨아들이면 각막이 붓고 시야가 흐려진다. 방수가 너무 많이 생기거나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으면 안압이 올라가 녹내장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부분층 각막이식을 받은 남성(푹스각막이영양증)은 상피세포층 등 다른 부분은 멀쩡한데 각막실질 안쪽 내피세포가 망가진 경우. 수술 전 시력 0.1에 각막부종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했다. 환자의 손상된 내피세포층과 데세메막을 긁어내고 건강한 기증자의 것을 이식했더니 시력이 0.3으로 개선되고 각막은 투명해졌으며 통증은 사라졌다.

이식한 각막의 일부 층은 공기·물을 이용한 표면장력과 봉합사로 고정된다. 황 교수는 “심부표층각막이식 도중 기증 각막에서 내피세포와 데세메막을 온전히 분리해내는 것이 기술적으로 꽤 어려운 술기”라면서 “기증 각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부분층 각막이식술은 각막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각막이식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의 ‘2017년 장기등 이식 및 인체조직 기증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각막이식 대기자는 2,109명, 평균 대기일은 2,564일이나 된다. 반면 안구기증자는 그해 202명에 불과하다.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하지 않은 각막이식 대기자도 적지 않아 수입 각막도 많이 사용하는 실정이다.


임웅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