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수' 막으려고...꼼수 부리는 非 SKY로스쿨

한양대, LEET 시험일에 자체고사

전국 로스쿨에서도 자퇴생 속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재학생들의 반수(半修)를 막기 위해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응시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EET 시험일에 자체시험을 실시하고 이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자 명단에서 제외하거나 휴학 신청도 반려하는 등의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양대 로스쿨은 2020학년도 LEET가 치러진 지난 7월14일에 직전 학기 교과내용을 평가하는 ‘예비졸업시험’을 실시했다. 해당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장학금 지급자 명단에서 제외하거나 휴학 신청을 반려하는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안팎에서는 한양대 로스쿨의 이러한 대응이 재학생들의 타 대학 로스쿨 진학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한 로스쿨 재학생은 “예비졸업시험에 미응시한 학생 중 일부는 소득분위에 따라 지급받아야 할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며 “(LEET에 응시할) 학생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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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은 로스쿨 학생 선발구조에 기인한다. 한양대 로스쿨이 연세대·고려대 로스쿨과 함께 나군에서 학생을 선발하기 시작한 2019학년도와 달리 2018학년도 모집 때까지 한양대는 서울대·중앙대·경희대 등과 함께 가군에 속했다. 당시 나군에는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이화여대 등이 포함돼 있었다. 연세대·고려대와 같은 나군에 포함되면서 반수를 택하는 학생들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정보 공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한양대 로스쿨의 자퇴자와 미복학자(복학을 하지 않아 중도탈락된 자)는 총 23명으로 당시 나군 소속이었던 성균관대의 16명, 이화여대의 11명보다 많았다. 반수를 준비하는 로스쿨생이 속출하는 것은 비단 한양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의 자퇴자와 미복학자가 매년 100명 넘게 발생했다. 지방의 한 로스쿨에 재학 중인 이모(25)씨는 “같은 학교 학생들 중 ‘레벨’이 더 높은 로스쿨로 이동하기 위해 반수를 준비하는 학생이 꽤 많다”며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대학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으면 법조계 진출 후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스쿨에 퍼지는 반수 풍조가 법조계의 폐쇄성 탓이라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위대학 출신 위주로 법조계 요직이 채워져온 관습이 로스쿨 재학생들의 반수를 부추긴다”며 “판검사 주요 보직 등이 여러 대학 로스쿨 출신의 법조인들로 채워지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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