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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사모펀드]잇단 손실에 조국發 신뢰 추락 겹쳐…"자산가들 현금화 추세"

<상>흔들거리는 한국형 헤지펀드

주식형 부진하고 불완전판매…

KB증권 濠사고까지 엎친데덮쳐

자산운용사들 대규모 자금 유출

사모펀드 투자열기 빠르게 식어

0515A04 사모펀드






지난해부터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사모펀드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데다 운용사·판매사들이 다양한 사모펀드를 내놓으며 매력적인 상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액이 1억원으로 49명 이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며 은행·증권사 PB센터를 중심으로 판매됐다. 주식·국공채 일변도의 공모펀드와 달리 메자닌(전환사채 등), 국내외 부동산, 대출채권, 주식 롱쇼트,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 대상과 전략을 기반으로 해 시장 변동과 상관없이 중수익 이상을 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식형 사모펀드의 수익률 부진, 금리연계 파생상품(DLS)의 대규모 원금 손실과 불완전판매 논란, 라임자산운용의 편법거래 의혹, KB증권의 호주 부동산펀드 운용 사고 등으로 사모펀드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급성장에 제동 걸린 한국형 헤지펀드=사모펀드가 설정액 기준으로 지난 2016년 공모펀드를 넘어선 뒤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8월 말 사모펀드는 순자산 기준 396조193억원으로 규모 면에서 공모펀드(244조6,786억원)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최근 사모펀드에 연이어 악재가 터지면서 자금이탈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사모펀드는 393조4,951억원으로 6월 말 383조7,348억원 대비 9조7,603억원 늘었지만 초단기채펀드인 ‘레포펀드’와 부동산 자산 위주로 증가했다. 그러나 주식형 사모펀드의 경우 6월 증시 급락 이후 수익률이 부진해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7~8월 두 달 사이 주식형에서 9,196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호주 부동산펀드 사고에 휩싸인 JB자산운용과 편법운용 의혹이 불거진 라임자산운용에서 각각 1,533억원, 1,461억원이 이탈했다. 이외에 디스커버리자산운용(-1,429억원), 유진자산운용(-1,392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1,177억원) 등이 설정한 사모펀드에서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유출됐다.


이는 증시 급락으로 사모펀드 수익률이 신통치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신규 투자를 중단하거나 기존 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의 새턴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의 경우 연초 이후 -6.29%, 지난달에는 -0.2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설정액이 1,143억원인 머스트자산운용의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1호는 지난달 -3.99%의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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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증권사 강남지점 PB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수익률이 좋지 않으면 버티는 자산가들이 많았지만 이제 현금화하는 경우도 많다”며 “해외 부동산도 경기가 침체되면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험자본 공급’ 사모펀드 위축 우려=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잡음으로 이제 본격화하고 있는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는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펀드당 49인 이하로 제한된 사모펀드 투자자 수를 100인 이하로 확대하고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구분하는 10% 지분보유 조항 등을 전면 폐지해 사모펀드 운용 규제를 일원화한다는 방안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최근 논란으로 법 개정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황세운 박사는 “불완전판매와 운용계약 위반으로 일부 사모펀드에서 일어난 일로 사모펀드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개인자산 관리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수익률이 높아 본연의 역할이 있고, 이를 더욱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진·이완기·양사록기자 hasim@sedaily.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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