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릴 처지 아니다"...대학가 채용박람회 '북적'

“지금까지 중공업 분야는 생각도 안 해봤지만 지금은 업종과 회사를 가릴 처지가 아니에요.”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본격화하면서 서울대·연세대 등 대학가에서는 일제히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개채용을 축소·폐지하는 가운데 대학가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절박함을 토로했다.

4일 ‘2019 드림 온(DREAM ON) 우수 인재 채용박람회’가 열린 서울대 대학본부 앞 잔디광장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합격정보를 얻기 위해 박람회를 찾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주요 기업들이 전년도에 비해 채용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이는데다 수시채용 확대로 하반기 공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자 점심시간은 물론 오후 수업시간에도 박람회 부스를 찾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았다.

인문대에 재학 중인 김모(25)씨는 “올해 채용문이 좁다는 얘기를 들어 최대한 정보를 많이 얻어가려고 이틀 동안 일곱 곳의 기업 부스에 들러 상담을 받았다”며 “회사를 가리지 않고 마케팅 분야에 지원할 예정인데 붙으면 무조건 입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존 일정을 취소하고 박람회를 찾은 학생도 적지 않았다. 자연과학대에 재학 중인 서모(26)씨는 “이번주 예비군훈련이 잡혀 있었는데 일정을 미루고 취업박람회에 왔다”며 “웬만한 이름 있는 기업 상담 부스에는 모두 들른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대규모 공채 기회를 잡으려는 학생들로 대기업 부스는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연세대 백양누리홀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에서는 학생 10여명이 LG전자·LG화학 부스를 방문해 인사담당자 상담을 기다렸다. 전날 열린 고려대 채용박람회에서도 KT 부스에 학생들이 몰려 1시간 넘게 기다려야 인사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올해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는 재학생 이모(24)씨는 “이번에 지원하고 싶은 기업 부스에 가서 회사의 관심 이슈, 면접 준비 과정, 일할 때 애로사항 등을 물어봤다”며 “이번에는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졸업생 박모(28)씨는 “금융 분야 공기업에 지원하려 하는데 이번 하반기에 예탁결제원·한국무역보험공사는 아예 공채를 실시하지 않는다”며 “하반기 공채를 실시하는 기관도 규모가 작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경제불황 속에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학교 측의 준비도 눈에 띄었다. 올해 서울대는 채용박람회에 ‘이공계 특별관’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등 35개 기업이 한쪽에 별도의 부스를 차리고 학생들을 맞았다. 맞춤형 상담이 가능해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S기업 관계자는 “4일에만 오후까지 30건 정도 상담을 진행했고 상담카드를 작성한 학생들도 20명이 넘는다”며 “예전에는 서울대생들이 개인능력을 믿고 취업을 준비했는데 최근에는 취업 문턱도 높고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기업을 가리지 않고 채용 상담 부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역시 아마존웹서비스 등 외국계 기업과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인 펍지를 비롯해 넷마블과 같은 게임사 등 참여기업을 다양화했다. /김지영·한동훈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