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공유경제 유니콘 신화' 신기루 그치나

美 캘리포니아 AB5법안 통과

고용비용 뛰고 노동유연성 파괴

긱 경제 존립 기반 뿌리째 흔들

우버, 매년 눈덩이 순손실 속

위워크는 기업가치 '하락 늪'

수익성 악화에도 경쟁 불붙어

일각선 사업모델 한계 지적도




공유경제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가도를 달려온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공신화에 금이 가고 있다. 공유경제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면서 기존 사업 모델이 흔들리는데다 매출을 늘려도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수익구조로 시장에서 공유경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는 1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차량공유 업체 우버 운전사와 같은 이른바 ‘긱 이코노미’ 근로자들을 임시직이 아닌 직원으로 처우하도록 하는 ‘AB5’법안을 통과시켰다. 어떤 노동자가 특정 회사의 일상적 사업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면 임시직 형태의 개인사업자가 아닌 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우버·리프트 등 차량공유 업체 운전사나 온라인배달 업체 기사 등 긱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유급 병가 등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반면 해당 기업들은 그만큼 많은 고용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들 기업은 이번 법안 통과로 노동유연성이 사라져 온라인으로 쉽게 일을 구할 수 있는 긱 이코노미의 순기능이 사라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기업들의 고용비용이 늘어나면서 결국 일반시민의 교통비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긱 경제의 존립을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유경제의 선두주자인 우버조차 기존 사업 모델을 뒤집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에서 “이번 법안에 대한 논란은 차량공유 업계 내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AB5법 통과로 긱 경제를 둘러싼 전국적인 파장이 몰려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뉴욕과 워싱턴·오리건주에 비슷한 법안들이 상정돼 있다.


특히 매출급증에도 개선되지 않는 차량공유 업체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AB5법안 통과로 운전사 한 명당 3,625달러(약 433만원)의 비용이 추가돼 우버와 리프트의 연간 손실액이 각각 5억달러, 2억9,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우버의 순손실이 2017년 28억달러, 2018년 45억달러로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대형 악재를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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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공유경제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우버 주가는 34.36달러로 최근 52주 신고가인 47.08달러 대비 약 27% 하락했다. 우버는 5월 상장 직전까지만 해도 1,2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기록했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약 580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후발 유니콘 공유경제 업체인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연기는 증시에서 공유경제 기업의 위상이 얼마나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공유오피스를 운영하는 위워크는 계속되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상장해도 투자자의 호응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전날 이달 중으로 예정해온 IPO 계획을 전격 연기했다.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올 초까지만 해도 470억달러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100억~120억달러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워크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기준 19억달러에 달했다.

공유경제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인도판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오요는 최근 영국을 비롯한 유럽 진출에 나서 에어비앤비와의 경쟁을 예고했다. 이 회사는 에어비앤비에 투자했던 소프트뱅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받아 관심을 끌기도 했다. 유럽 시장에서 주거비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며 논란에 휘말린 에어비앤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셈이다. 암스테르담·바르셀로나·베를린·파리 등 유럽 10개 도시는 올해 6월 공동으로 유럽연합(EU)에 숙박공유 사업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고 EU 차원의 규제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공유경제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공유경제 업체가 채택한 사업 모델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며, 실은 유니콘이 아니라 ‘고깔모자를 쓴 비루먹은 조랑말’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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