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대인플레이션 낮아지면 금리인하 실효성 X, 디플레이션 우려 경계"

함준호 연세대 교수 "통화당국 기대인플레이션 안착 노력해야"'

'마이너스 금리' 될 경우 소비자 심리 더 위축될 가능성有

금리 인하 외에 다양한 통화정책 고민할 필요

근본적으로 국내 경제 체질 개선해야

함준호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27일 서울 중구 안민정책포럼 위공세미나실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배경과 시사점’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백주연기자함준호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27일 서울 중구 안민정책포럼 위공세미나실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배경과 시사점’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백주연기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질수록 실질 금리가 올라가는 만큼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디플레이션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함준호 연세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배경과 시사점’ 세미나에서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제로금리(명목금리가 0.00%)로 낮춘다 해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경우 실질금리가 높아지므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상실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뺀 값을 의미한다. 기준금리가 0%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물가상승률을 더 낮게 볼 경우에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등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써도 오히려 긴축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장기 불황을 겪었던 일본이 그 예다. 일본 경기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정책이 아무런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었다. 함 교수는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도 경기회복 효과를 얻기 위해 명목금리보다 실질금리를 중요하게 여기며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며 “통화당국은 국민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일정수준에서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료 : 한국은행자료 : 한국은행


전날 한은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대비 0.2%포인트 하락한 1.8%를 기록했다. 이는 2002년 2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0%로 기록됐다.


함 교수는 최근 언급되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될 경우 금융기관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자칫하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과 일본 등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던 국가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 중앙은행의 예치금리를 조정해왔다. 기준금리가 0%인 유럽중앙은행(ECB)는 지난 12일 역내 시중은행 예치자금에 적용하는 예금금리를 -0.5%로 0.1%p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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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실물경제에 효과를 줄 수 있는 채널로 금리 인하 이외의 경로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함 교수는 재정정책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실물경제를 고려하고 통화정책을 펼쳐도 시장에 잘 파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만 자금이 몰렸다 빠졌다 하면서 자산시장 버블을 낳는 상황이 전 세계적인 고민”이라며 “다른 정책들을 같이 사용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함 교수는 경기 부양을 위해서 근본적인 우리나라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등 대외 부문에서 큰 어려움이 있고 내부적으로 고령화와 생산인구감소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함 교수의 말에 따르면 국내 주력 수출 산업의 총요소생산성이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성을 높이고 전통 제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구조조정 해 나가지 않는 이상 성장률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함 교수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 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보다 금리가 낮더라도 외환 시정에서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환율 수익이 있을 것으로 외국인들이 기대하면 국내 시장에 투자할 요인이 생기는 만큼 외환 부문 건전성과 달러 유동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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