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영상증언·조사' 외면하는 법원·검찰

2004년 도입 檢 영상녹화 조사

활용률 11.4%로 갈수록 떨어져

법원 영상증언 시스템은 더 심각

2017년이후 사용건수 16건 그쳐

예산은 꾸준히 투입..."혈세 낭비"




국민 편의성과 수사 절차 신뢰도 강화를 위해 도입한 검찰의 ‘영상녹화조사실’과 법원의 ‘영상증언 시스템’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쓰이지 않아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004년 과학수사 인프라 구축 사업의 하나로 영상녹화조사실을 도입했다. 피의자의 수사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해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수사 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검찰청에 설치된 영상녹화조사실은 936개다.

하지만 정작 일선 검찰청에 설치된 영상녹화조사실의 활용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6년 영상녹화조사실 1곳당 영상녹화 조사는 47건이었지만 2017년 44건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9건으로 감소했다. 전체 검찰 조사 건수 중 영상녹화 조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6.6%에서 지난해 11.4%로 감소했다. 법무부는 올해에도 45개의 영상녹화조사실을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과학수사 인프라 구축 예산에 포함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영상녹화조사실은 선진국 검찰에서 일찌감치 도입한 후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단순히 전국 검찰청에 조사실을 늘리는 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수요가 많은 곳에 확대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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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지에 거주하는 증인이 법원에 직접 나오지 않고 증언할 수 있는 영상증언 시스템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도입 첫해인 2017년 5건이었던 영상증언 시스템은 2018년 9건을 기록했고 지난해 2건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전체 1심 민사재판은 14만건에 달한다. 생업 등의 이유로 법원에 출석하기 어려운 증인의 편의를 보장하겠다는 당초의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활용도가 극히 저조하지만 예산은 꾸준히 투입되고 있다. 법원은 영상증언 시스템 구축과 운용에 2017년 8억8,0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고 지난해에는 17억6,000만원을 사용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스템 유지·보수를 명목으로 4억1,600만원을 추가로 썼다. 올해 집행 예정인 영상증언 시스템 구축 비용은 17억6,000만원이고 유지 비용도 4억1,600만원에 달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영상증언 시스템을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국민 홍보가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일선 판사가 독립적으로 재판을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재판마다 일괄적으로 활용하라고 지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겉으로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부를 외치는 법원이 정작 사법부 신뢰와 국민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영상증언 시스템을 외면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국민 혈세를 들여 설치만 하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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