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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우리 과학기술 日 많이 따라잡아...노벨상 연구서 한국인 역할 커져"

[서경이 만난 사람]

글로벌 관계망 日 못지 않은 수준

한국인 첫 노벨상 수상 머지않아

고급두뇌 해외 유출 방지책 시급

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9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9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우리는 스스로의 과학기술 수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시장 진입을 위한 마지막 상용화 단계에서 가야 할 길이 아직 더 남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수준은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이 올라가 있습니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무엇보다 소재 쪽의 기초과학 분야인 화학의 경우 최근 우리나라에 무역보복을 하고 있는 일본을 상당히 추격해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랜 기간 화학 분야의 연구에 천착하며 직전에는 한국화학연구원장까지 지냈던 그는 “기초과학 중에서도 특히 화학·생물학·물리학 분야는 요새 한국에서 좋은 논문이 많이 나와 유명 국제학술지에도 실리고 국제행사에서 한국 학자가 기조연설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환기했다. 이어 “제가 지난 1980년대 미국에서 유학할 때 대학의 화학 분야 도서관에 1880년대에 발행된 일본 화학학회지가 보관돼 있는 것을 보고 100여년이나 된 일본 화학의 학문적 뿌리에 대해 놀란 적이 있었다”며 “그에 비하면 우리의 연구 역사는 길어야 60여년이고, 그 중에서도 제대로 연구한 시기는 30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제는 상당히 (일본을) 추격해 양국 간 학술행사를 하면 과거에는 우리가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임했지만 이제 거의 대등한 관계가 됐다”고 소개했다.


학문적 성취를 넘어 국제적인 학계의 인맥 차원에서는 아직 일본에 많이 뒤져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특수한 일부 분야에서는 그런 면이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우리 과학계의 글로벌 관계망이 이제 일본에 못지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연구자들의 해외 진출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많이 약해져 학생들도 전반적으로 유학을 가지 않고 자국에 머무는 분위기인 반면, 우리 글로벌 네트워크는 훨씬 강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약 30년 전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저희 연구실에 학생과 포스닥(박사후연구원) 등을 합쳐 45명의 연구자가 있었는데 그 중 일본인이 대여섯명이었고 한국인도 저까지 네 명이나 됐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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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9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김성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9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사실 김 본부장 스스로가 대한민국 과학계의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을 입증하는 산 증인이다. 1990년 노벨화학상을 단독 수상했던 세계적 석학인 일라이어스 제임스 코리 교수의 제자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4년간의 석박사 통합과정을 마친 그는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했는데 당시 코리 교수의 연구실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김 본부장은 “우리 국민들은 아직 우리나라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에만 주목하지만, 사실 해당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팀에서 많은 한국인이 연구에 기여해 노벨상 수상을 도왔다”며 “이런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우리도 수상자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거 미국·유럽 등에 유학했던 중국의 이공계 고급두뇌들이 경제개방 이후 대거 귀국해 급격한 과학기술 발전의 기반을 이룬 데 비해 한국 출신 글로벌 인재들의 귀환은 과거 개발연대에 비해 주춤해진 것을 김 본부장도 우려했다. 그는 “연구자들은 한국이든 해외든 어디에서 자기가 공부해온 분야를 계속 더 잘하게 될지에 기본적인 가치판단의 기준을 둔다”며 “해외 연구자의 국내 유치를 위해서는 임금이나 근무환경만 정부 대책에 포함할 게 아니라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내가 한국에 가면 좋아하는 연구를 계속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줘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대담=민병권 바이오IT부 차장 newsroom@sedaily.com 정리=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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