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미디어·車·의료까지 활용 느는데...'게임 엔진' 외국산 점령

그래픽·사운드·애니메이션 등

게임 개발에 필요한 '도구 상자'

신차 디자인 등 다양하게 쓰여

자금·인력 부족에 자체 제작 안해

기반기술 외국산에 종속 우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산 개발을




한국은 게임콘텐츠 제작 강국이다. 그러나 정작 게임을 시각·청각적으로 생생하게 화면에 구현하고 게임이용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감 소프트웨어’(SW) 패권은 외국에 종속돼 있다. 이같은 SW들은 일명 ‘게임엔진’이라고 불리는 데 단순히 게임제작을 넘어서서 자동차, 토목건축, 의료, 방위산업 등 비(非) 게임산업 분야의 전방위로 활용 범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핵심분야여서 기술자립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현대기아차차가 신차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례적으로 게임엔진을 도입키로 해 눈길을 끌었지만 해당 SW는 외산인 ‘유니티’게임엔진이었다. 덴마크에서 창업한 뒤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SW개발사 유니티테크놀로지스가 제작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크리스찬 제이콥 교수가 유니티 게임엔진을 응용해 인체 속의 기관과 세포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만들어 공개강연함으로써 게임엔진의 의약분야 응용에 대한 잠재력을 알리기도 했다.

유니티와 더불어 전세계 게임엔진시장을 양분 중인 ‘언리얼’엔진은 미국 SW개발사 에픽게임즈가 만들었다. 에픽게임주의 기업가치는 근래에 15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여기에는 언리얼 엔진의 시장가치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세계적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인 KKR의 분석이다. 실제로 언리얼엔진의 전세계 이용자수는 7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며 현재 건축, 자동차 제조, 의료기술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는 추세다. 일본 도쿄대 정보과학기술대학원 이가라시 연구소는 뇌 구조와 수술 중 나타나는 뇌 변형을 더 정확하게 묘사할 뇌 수술 훈련 애플리케이션을 게임 엔진을 활용해 제작하기도 했다.


2019년 하반기 3대작으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의 ‘달빛조각사’, 넥슨의 ‘브이포(V4)’,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는 모두 외산 게임 엔진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사실 국내에서 제작되는 게임 대부분은 외산 게임 엔진을 활용해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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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렇게 산업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게임 엔진이 왜 외국 제품들만 있는 걸까. 물론 우리나라에서 만든 게임 엔진이 있긴 하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자체 엔진을 개발해 제작됐고, 슈퍼크리에이티브의 ‘에픽세븐’도 ‘유나 엔진’이라는 자체 엔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국내 대부분 게임들은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외산 게임 엔진을 활용한다. 그 이유는 게임 엔진부터 제작하는 것보다 범용 게임 엔진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비용 절감이나 인력, 제작 기간 등 여러 측면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 6개월~1년 단위로 빠르게 급변하는 모바일 게임 제작 트렌드와도 연관이 있다. 빠르게 새로운 게임을 제작해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데 게임 엔진부터 제작하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김수균 배제대 게임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게임 응용 기술은 있지만, 그 기반이 되는 기술을 할 수 있는 인재가 없다”면서 “게임사들도 빨리 게임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반 기술 인력을 채용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체계도 미비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포토샵 활용법은 가르쳐줘도 포토샵 툴 만들기 같은 교육 과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산 게임 엔진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간 외교 문제가 발생해 자칫 외산 게임 엔진을 갑자기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 국내 게임 업체들은 대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안타깝게도 이미 많이 늦은 감이 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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