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내년 국내 기업들의 신용 여건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무디스는 19일 한국신용평가와 공동으로 주최한 ‘글로벌 경제전망 둔화에 따른 한국의 펀더멘털 압박’ 미디어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통신, 유통, 정유, 화학 등 주요 업종의 신용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신 황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사태 등 글로벌 정치·경제 이슈가 부각된 가운데 경기 변동성이 큰 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도체, 전자산업과 화학산업이 관련 리스크에 특히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자사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한국기업 24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곳의 신용도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등급 전망이 ‘긍정적’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경제성장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이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 전망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날 한국신용평가도 장기화되는 무역분쟁 이슈로 내년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 전망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2018년 이후 ‘부정적’ 전망이 더 많아지는 하향 기조로 전환했다”며 “무역분쟁이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내년에는 하향 기조의 강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1%를 유지했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정부신용평가 담당 전무는 “반도체 부문에서 수출량이 크게 축소되는 양상은 없었으며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형태의 무역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정부 정책으로 인해 국내 수요도 안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