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신장암 수술 80%가 부분절제...콩팥 기능 최대한 보전"

■ 서울성모병원 비뇨기암센터

건강검진 덕에 조기 발견 늘고

로봇 활용 정밀·신속 수술 가능

까다로운 대정맥혈전 동반 환자

복강경·로봇수술로 절개 최소화

통증 훨씬 적고 4일 정도면 퇴원

“10년 전만 해도 신장(콩팥)암 수술은 한쪽 콩팥 전부 또는 일부를 절제하는 게 반반이었는데 지금은 80%를 부분절제합니다. 콩팥 기능을 조금이라도 더 살릴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병원에서 부분절제가 어려워 수술을 의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기암센터장은 “로봇수술기 등 수술 도구 발달과 조기검진 덕분에 부분절제가 가능한 초기(1~2기) 환자가 늘고 있다”며 “전부 절제를 권유 받은 환자라면 큰 암센터에서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센터는 복부 절개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수술 분야에서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복강경을 이용해 신장암·전립선암 수술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시행했다. 방광암 수술에서도 국내 처음으로 복강경을 도입했다. 2009년부터는 로봇수술기를 도입해 최근 로봇수술 4,000건을 돌파했다. 홍 센터장은 “정교한 로봇수술을 위해 로봇수술기를 이용해 엄지손톱 크기의 종이로 학을 접는 연습을 했었다”며 “로봇 팔에 힘이 잘못 전달되면 종이가 찢어진다”고 했다.




신장은 적갈색의 콩팥 모양으로, 성인의 경우 길이 10~12㎝, 폭 5~7㎝, 두께 3㎝, 무게 130~150g 정도다. 피·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내보내고 각종 대사물질·약물·독성물질을 배설한다. 인체의 수분·전해질 균형, 산·알칼리성 유지에 관여하며 호르몬·비타민을 생성해 다른 장기의 기능을 조절한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하는 만큼 암 부위가 커도 우선 부분절제를 통해 기능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한쪽 콩팥을 다 떼내면 다른 쪽 콩팥에 암이 재발하거나 만성콩팥병 등으로 기능이 크게 떨어질 경우 평생 투석치료를 하거나 이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홍 센터장은 “예전에는 종양이 4㎝를 넘으면 한쪽 콩팥을 전부 절제했지만 지금은 7㎝가 넘어도 부분절제가 가능해졌다”며 “크기보다는 종양이 콩팥동맥·정맥과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 혈관과 박리할(떼어낼) 수 있느냐가 부분절제 여부 판단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했다.


가장 까다로운 신장암 수술은 온몸을 돈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가는 대정맥을 따라 혈전이 만들어진 경우다. 종양이 빨리 자라는 과정에 많이 만들어진 신생혈관 때문인데 신장암의 4~10%가량에서 관찰된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다리가 붓고 복수가 찬다. 작은 충격이나 수술 중 혈전이 떨어져나가면 뇌경색, 폐동맥이 막혀 숨을 못 쉬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비뇨의학과 의사들이 가장 꺼리는 수술이다. 대개 개복을 하고 혈관외과·흉부외과 전문의와 같이 수술한다. 복부를 30㎝ 이상 절개하므로 심한 통증과 상처가 남고 10일 이상 입원해야 한다. 다량의 출혈과 수혈,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기암센터장(비뇨기과 교수)이 복강경으로 신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기암센터장(비뇨기과 교수)이 복강경으로 신장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1년 생존율이 29%에 불과한 반면 한쪽 신장 전부전제술과 대정맥 혈전제거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면 5년 생존율이 50% 이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수술한다. 홍 센터장은 2016년 말 국내 처음으로 복강경을 이용해 신장적출술과 대정맥 혈전제거술에 성공했고 유일하게 10차례 이상의 복강경·로봇수술을 했다.

그는 복강경·로봇수술의 장점에 대해 “복부에 1㎝ 정도의 작은 구멍 몇 개만 뚫고 수술 후 종양을 몸 밖으로 꺼내기 위한 최소절개만 하기 때문에 통증이 훨씬 적다. 수술 다음날부터 걸을 수 있고 4일 정도면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배 이상으로 확대된 3차원 화면, 사람의 손목처럼 움직일 수 있는 팔을 가진 수술로봇을 활용하면 속도와 정교성, 빠른 회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국내 신장암 신규환자는 2016년 5,043명으로 전체 암 가운데 10위다. 비뇨의학과에서 다루는 암 가운데 전립선암(7위·1만1,8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기존 환자를 포함한 신장암 유병자는 3만8,836명으로 9위다. 신규 환자의 경우 남성이 3,410명으로 여성의 2.1배다. 연령대별로는 50대(26%), 60대(25%), 70대(18%)의 비중이 크다.

신장암은 흡연·고혈압·비만·혈액투석이 대표적 위험인자다. 초기에는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자각 증상이 없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옆구리 통증, 배에서 혹이 만져지면 암이 상당히 커졌거나 주변으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사선 치료, 항암요법이 잘 듣지 않는다.

홍 센터장은 “중년 이상에서 통증 없는 혈뇨는 방광암, 그다음으로 신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통증이 있는 경우 떼굴떼굴 구를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간헐적으로 나타났다가 괜찮아졌다 하면 결석을, 묵직한 옆구리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신장암 때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병기에 따른 신장암의 5년 생존율은 1기 88~100%, 2기 63~88%, 3기 34~59%(림프절 전이가 없으면 2기와 예후 비슷), 4기 0~20% 정도다. 건강검진 때 복부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조기발견의 기본이다.


임웅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