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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뒷담화]산소같은 여자…장금이…라면 먹을래요?…금자씨...배우 이영애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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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영애(사진)는 1990년 ‘투유 초콜릿’ 모델로 데뷔했습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에 대중은 열광했고, 1991년 출연한 ‘산소 같은 여자’라는 화장품 광고 카피는 그의 시그니처가 됩니다. 여전히 이영애는 ‘산소 같은 여자’로 불리니까요. 이후 수 많은 광고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톱스타가 된 그가 배우로서 최고의 명성을 얻은 것은 MBC 드라마 ‘대장금(2003~2004년)’을 통해서입니다. 이 작품은 최고 시청률이 55%에 달할 정도로 히트를 했죠. 현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청률입니다. 또 이 작품이 동남아시아와 중동에 수출되면서 이영애는 한류 스타로서 입지도 확고히 합니다. 도시적이고 신비로운 외모의 그가 사극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다들 의아해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을 결국 옳았습니다. 연기력과 명성, 대중성을 모두 잡았기 때문이죠.

영화 ‘나를 찾아줘’ 주연 이영애. /사진제공=굳피플영화 ‘나를 찾아줘’ 주연 이영애. /사진제공=굳피플


그는 올해로 데뷔 30년 차가 됐지만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었습니다. 방송은 ‘사랑과 결혼’ ‘아스팔트 사나이’ ‘의가형제’ ‘내가 사는 이유’ ‘초대’ ‘불꽃’ ‘사임당 빛의 일기’ 등 19편, 영화는 ‘인샬라’ ‘공동경비구역 JSA’ ‘선물’ ‘봄날은 간다’ ‘친절한 금자씨’ 등 9편에 출연했습니다. 결혼 이후에는 더욱 활동이 뜸했던 그가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합니다. 바로 스릴러 장르 ‘나를 찾아줘’로 말입니다. 결혼과 출산 이후 가정생활에만 전념했던 그는 2017년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14분 짜리 단편 영화 ‘아랫집’에 출연하며 서서히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영화 ‘나를 찾아줘’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 특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 톤이나 사근사근한 표정이 아들을 잃은 엄마를 연기하는 데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편견이었습니다. 삶의 경험은 무시할 것이 못 되며 연기에 경험치가 녹아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정연 역을 통해 완벽하게 보여줘 극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 ‘나를 찾아줘’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영화 ‘나를 찾아줘’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는 최근 중구에 위치한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다”며 복귀작으로 ‘나를 찾아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밝혔습니다. 이 작품은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아나선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물입니다. 스릴러로 장르가 분류됐지만 우리 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아프게 드러낸 까닭에 사회성도 짙습니다. 사회성 짙은 메시지는 이영애가 연기한 엄마 정연 역을 통해 더욱 호소력을 갖습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배우로서의 내공과 엄마로서의 경험을 쏟아부은 혼신의 연기를 펼쳤습니다. 아들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6년이나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면서도 생계를 위해 간호사 일을 합니다. 직장에서는 아들 잃은 엄마 같지 않게 건강하다는 식의 비꼼을 행간에 넣어 막말을 하지만 이 역시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정연 역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기합니다. 또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르는 아이를 숨기기 급급한 섬 낚시터 사람들과의 감정적 긴장, 그 마을의 핵심권력인 경찰 홍경장(유재명)과의 격투신 등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상당히 힘든 연기였습니다.

영화 ‘나를 찾아줘’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영화 ‘나를 찾아줘’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가 이 작품에서 인상적으로 뽑은 장면 중 하나는 아들 찾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가려다가 머리를 질끈 묶고 차를 돌려 다시 낚시터로 가는 장면입니다. 무표정하지만 많은 생각들을 담고 있기도 하고 아들을 찾겠다는 일념 하나만이 보이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 직전의 장면이 편집됐는데 그 장면이 그가 뽑은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바로 직전 장면에서 ‘차를 갯벌에 세우고 동물 같은 울부짖음으로 운다’라는 지문이 있었어요. 무표정하게 차를 돌리기 직전 7~8분 가량 이어지는 긴 롱테이크 장면이었죠. 배우로서는 버리기 아까운 장면이었지만 관객에게 강요를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 때문에 최종에서 편집됐어요.” 배우로서 욕심나는 장면이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포기했다는 거죠. 이영애 정도라면 고집부려서 롱테이크 장면을 넣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또 이 작품은 아이를 찾는 엄마와 이를 숨기려는 사람들 간의 숨막히는 긴장을 극대화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수작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피렌체 한국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 먼저 호평을 받았습니다. ‘대장금’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의 인기가 복귀작을 통해 다시 한번 해외에서의 인기를 이어갈지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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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방송을 통해 자녀들과의 일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영애는 신비주의였는데 결혼 후에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정승권·승빈 쌍둥이 남매와 적극적으로 방송 출연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방송에 나가는 것을 좋아해서 같이 출연을 결정한 것이고,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그런데 더 많이 노출하면 ‘안티’가 늘어나니까 어느 정도는 조절하고 싶어요. 딸이 얼마 전에 경쟁작인 ‘겨울왕국2’를 보고 와서 미안했던지, ‘친절한 금자씨가 뒤에 배경으로 있는 ’인증샷‘을 보내왔더라고요. 이 작품이 스크린을 너무 많이 가져가기는 했지만, 저희 영화에도 조금 더 주셨으면 해요. 한국영화를 비롯해 트렌드와 조금 다른 영화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해요.”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는 것만으로도 혹은 그의 사진 한 컷마저 ‘핫한 기사’입니다. 이 때문에 기자는 제작보고회 등에는 잘 가지 않음에도 제작보고회는 물론 시사회, 기자간담회까지 갔을 정도였습니다. 취재진의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뒷담화를 시작하겠습니다. ‘나를 찾아줘’ 개봉 전에 이영애 배우를 인터뷰했습니다. 등장부터 남다른 포스와 카리스마가 느껴졌습니다. 나긋긋하고 늘 우아하게 웃는 얼굴의 그에게서 상대방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느껴져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계속해서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지만 분위기는 압도적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묵직함이 느껴졌던 것입니다. 그가 그날 만들어낸 분위기는 배우 경력 30년의 내공이라는 생각입니다. 또 이영애는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음악 ‘써클(동아리)’에 들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봄날은 간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중 김윤아가 부르는 곳이 자신에게 올 뻔했다고 했습니다. “아이고 왔으면 큰일 날 뻔했죠”라며 웃었지만, 여전히 노래에 대한 욕심은 있어 보였습니다. 딸인 승빈 양이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다는 건 아마도 엄마인 그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리를 하면 신비로운 존재 같은 ‘급이 다른 연예인’이라고 생각했던 이영애는 정말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배우인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클’이라는 요즘은 쓰지 않는 단어를 쓰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며 대학 시절을 떠올리며 신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순간 편안함도 느껴졌습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위부터) ‘친절한 금자씨’ ‘나를 찾아줘’영화 ‘봄날은 간다’(위부터) ‘친절한 금자씨’ ‘나를 찾아줘’


또 이영애는 작품 속 명대사로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봄날은 간다’의 “라면 먹을래요?”.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대사죠.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계절에 빗대어 깊은 여운을 남긴 ‘봄날은 간다’에서 그는 이혼의 상처를 가진 라디오 PD 은수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했던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그는 명대사를 남깁니다. “너나 잘 하세요” ‘친절한 금자씨’에서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죄인으로 만든 백선생에게 처절한 복수를 준비하는 금자 역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출소한 금자가 이제는 죄짓고 살지 말라며 두부를 건네는 전도사를 향해 “너나 잘하세요”라고 냉소적으로 던지는 한마디는 수많은 패러디와 성대모사 열풍을 이끌어내며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죠. ‘나를 찾아줘’에서도 그는 인상 깊은 대사를 남깁니다. “아이를 찾으러 왔어요” 이 작품은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스릴러입니다. 특히 진실을 숨기는 낯선 사람들에게 “아이를 찾으러 왔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정연에게 펼쳐질 일촉즉발의 갈등상황을 예고, 이영애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서늘한 음성과 함께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새로운 명대사 탄생을 알립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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