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살라미식 임시국회’ 는 문제만 키울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대응해 ‘살라미식 임시국회’ 전략을 검토 중인 모양이다. 정기국회 후 곧바로 임시국회를 안건별로 여러 번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산이다. 한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회기종료와 함께 끝나면 다음 임시회에서 표결해야 하는 만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더라도 회기마다 최소 한 건의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살라미 전술 방식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신속하게 절차를 밟아 검찰·선거제 개혁 무산 음모를 하나하나 진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어떻게든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계획대로 선거법·공수처법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네 번의 임시국회 소집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예상돼 우려스럽다. 한국당은 벌써 패스트트랙 상정을 결사 저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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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야가 패스트트랙 법안에 올인해 양보 없는 대치를 하는 사이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예산안은 올해도 법정 처리시한(2일)을 넘기게 생겼다. 여야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지금 벌이고 있는 극한대립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당리당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히 꽉 막힌 정국을 타개할 책임이 큰 여당이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을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만 키울 뿐이다. 민생법안보다 우선해 선거법·공수처법을 처리하려는 여당의 모습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겠는가.

이제라도 냉정을 되찾고 한발씩 물러서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여당은 선거법 등에 대한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끝장토론도 좋다. 야당 역시 극한투쟁을 중단해 대화의 실마리를 풀 필요가 있다. 민생은 뒷전으로 내팽개친 채 서로 ‘네 탓’만 하며 국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은 모두가 패배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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