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니켈값 불안·中 저가공세...스테인리스강 업계 '이중고'

핵심 원료 니켈 가격 급등락에

제조사 제품가 반영에 어려움

밀어내기 수출 나선 中업체들

韓시장 직접 진출 물밑작업도

내년에도 불황 이어질 가능성




스테인리스강(STS)을 생산하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원재료인 니켈 가격 불안과 중국의 저가 공세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STS 핵심 원료인 니켈은 최근 거래 가격이 급등락하며 철강업체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불안을 틈타 중국 업체들은 저가 수출로 ‘밀어내기’에 나서는 한편 한국 직접 진출을 위한 물밑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올해 1월 톤당 1만440달러로 내려앉으며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가 지난 9월 1만8,600달러대로 치솟았다. 이달 초에는 다시 1만3,400달러대로 급락했다. 니켈은 STS 제작에 필요한 핵심 원료다. 니켈이 많이 함유될수록 수려하고 녹이 안 스는 고급 STS를 만들 수 있다.

철강업계는 원료 가격 변동 폭이 커지면서 제품 가격 반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9월 니켈 가격이 7월보다 31% 상승했지만 중국의 스테인리스 냉연 제품 가격은 4.9% 오르는데 그쳤다. 원재료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점진적으로 오르면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처럼 변동이 심하면 수요처에서 추가 하락을 기대하며 관망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STS 생산량이 늘어나는 추세라 니켈 가격 급등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니켈 수요 중 STS의 비중은 70%에 이른다. 또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 제한이 지속되고 전기자동차용 양극재 니켈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다. 허진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STS 주력 제품 생산이 2023년까지 연평균 3.5% 증가하고 인도네시아의 수출 제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니켈 가격 급등 요인들이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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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계가 고민에 빠진 사이 중국산 STS 제품의 저가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산 STS에 5년간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수입규제 조치를 발동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인도네시아에 스테인리스 열연 공장을 둔 중국 업체들이 자국 판로가 막혀버리자 별다른 규제가 없는 한국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 기준 국내에 유통된 중국산 스테인리스 열연 제품(304계열)들의 톤당 가격은 230만원대다. 톤당 280만원인 국산 제품보다 50만원가량 싸다. 고급 제품인 316계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산은 톤당 375만원으로 국산(405만원)보다 싸게 유통되고 있다. 박찬욱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수출 드라이브로 국내 시장의 퇴보와 출혈경쟁의 악순환 지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 철강업계는 한국에 직접 생산기지를 세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6월 국내 1위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업체인 길산과 세계 1위 스테인리스 제강사인 중국 청산강철은 50대 50 지분 투자로 부산 미음공단 외국인투자지역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도입을 결정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부산시가 마감 시한인 9월30일까지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합작이 무산되는 듯 했으나 양사는 마감 시한과 관계없이 합작법인 설립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갈 곳 없는 저가 인도네시아산 물량을 수입규제 조치가 없는 국내 시장에 풀면 밀어내기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박 상무는 “내년에도 스테인리스 경영환경은 공급과잉과 경쟁심화로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설비 집약화와 라인 특화, 유휴설비 폐쇄 등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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