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200선 박스권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방향을 튼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직접 주식투자에서 ‘팔자’ 행진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펀드 환매까지 동시에 나서는 모습이다. 증시 변곡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매도 행렬은 ‘박스피’ 탈출의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韓 증시에도 군불 때는 외국인 자금=18일 코스피지수는 개장 이후 8.36포인트(0.4%) 오르며 2,204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장중이지만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3일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세가 이틀 연속 유입되며 지수를 이끌었다. 그러나 개인과 기관의 물량이 나오면서 지수는 결국 전날 대비 0.92포인트(0.04%) 하락한 2,194.76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최근 증시에 온기가 돌면서 연말 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배경에는 외국인 매수가 있다. 이날에도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3,813억원을 순매수하며 12일부터 5거래일간 1조7,79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이는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증시 등 위험자산으로 전반적으로 물줄기를 튼 큰 그림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16일 기준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인 ‘iShares MSCI EM’의 순자산은 이달 들어 17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최근 5일간 증가액이 15억2,600만달러를 기록해 이달 증가액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최근 들어 순자산 증가세가 빨라졌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iShares MSCI EM ETF’ 설정액이 급증하고 있다”며 “국가별로 강도나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만과 한국·브라질 등 개별 시장에 투자하는 ETF에도 다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ETF인 ‘ISHARES MSCI SOUTH KOREA CAP’의 순자산은 이달 들어 2억3,800만달러 늘었으며 대만과 브라질 기업에 투자하는 ETF에도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ETF뿐만 아니다. 이달 들어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도 자금이 적극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1일 기준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는 최근 1주일 동안 8억800만달러가 들어오는 등 이달 들어 25억2,400만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에서는 최근 1주일간 25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패시브 자금은 한 번 방향을 잡으면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국내 증시에 고무적”이라며 “홍콩 문제로 인한 불안한 상황이 안정될 수 있다면 신흥국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더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 상승이 못 미더운 개인… “일단 차익실현”=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이달 6일부터 17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순매도 행진을 이어왔다.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는 3조3,162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3,451억원을 팔아치웠다. 기관투자가 중 투신자금도 10일부터 순매도로 전환한 후 13일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매도 규모가 갈수록 커졌다. 13일에는 624억원을 팔았으며 16일에는 804억원, 17일에는 1,240억원을 순매도했다. 18일에도 1,415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같은 투신권의 순매도 행렬 뒤에는 주식형 펀드 자금의 환매가 있다. 특히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초에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수준이었던 일일 주식형 펀드 환매 금액이 12일(-276억원)부터 늘더니 △13일 -340억원 △16일 -258억원 △17일 -414억원으로 커지고 있다. 다만 코스피 200 인덱스 펀드는 16일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장기간 돈이 묶였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회복되면서 그동안 참았던 개인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증시 변곡점에서 어느 쪽이 향후 나은 투자 성적표를 받아들지는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개인 자금의 증시 탈출이 이어지면서 주가 상승 동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오르면 오를수록 개인 직접투자, 펀드, 국내 기관투자가까지 차익실현에 나서는 모양새”라며 “외국인 매수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혜진·박성호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