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12·16 대책의 모순'...팔라면서 퇴로 차단, 재건축하라며 대출은 제한

엇박자 대책에 시장은 혼선.. 세부 기준은 여전히 안 나와

17일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전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붙어 있다. /서울경제DB17일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전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붙어 있다. /서울경제DB



정부가 내놓은 12·16 부동산 정책이 각 대책 간 충돌로 정책 목표 달성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 세제를 총망라하면서 각 대책에서 요구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 방향이 부딪혀 정책 자체의 모순과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 팔라고 하고, 매수는 막고 = 대표적인 부분이 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늘리면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담보 대출을 봉쇄한 점이다. 팔라고 하면서 퇴로는 막아놓은 형국이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구간별로 높이고 세 부담 상한도 200%에서 300%로 늘렸다. 보유 비용을 끌어올려 고가 주택을 투기를 억제하고 동시에 시장에 일부 매물을 내놓으라는 취지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내년 6월까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매도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다만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이 막히면서 실제 매도에 나설 수 없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15억원이 넘는 강남구 아파트 1가구에 살면서 실질 소득은 낮은 고령자가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집을 처분해 더 작고 싼 집으로 이사를 가려는 경우 문제가 된다. 이사를 가려면 새 집을 구해야 하는데, 기존 주택으로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으니 새집 구매 자금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먼저 집을 처분을 한 후 그 돈으로 새 집을 사야 하는데, 이 때 처분날짜와 새집 입주 날짜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이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담대 대출 제한은 정부의 분양 시장 대책과도 어긋난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지역을 비 강남과 광명, 과천, 하남 등 수도권으로 확대했다. 이는 결국 청약 당첨자가 잉여 수익을 올리는 ‘로또 분양’ 현상이 확대되는 것을 감수하고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는 정작 입주 시점에 이르렀을 때 단지의 시세가 15억원을 초과할 경우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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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예비청약자는 이와 관련 “저렴하게 분양받으라고 상한제를 확대한 것은 정부인데 실제 분양자가 입주 시 대출이 막혀 분양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런 앞뒤 안 맞는 정책은 결국 돈 많은 사람만 로또 분양을 받으라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 정비사업 신속 추진? … 막힌 대출
=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관리처분인가 이후 단계에 있는 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면서 정작 철거 전 주민들의 이주를 어렵게 해 사업이 지연되도록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정비사업 지원 TF를 운영해 장애요인을 사전제거 해주기로 했다. 소요기간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재건축·재개발 착공을 위해 이주하는 단계에서 걸림돌을 만들어 놨다. 이 역시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다. 이 조항은 이주비에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강남구 삼성동 홍실아파트 등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대부분 15억원이 넘는다. 관리 처분인가 단계 이후 행정 처리를 신속하게 하더라도 실제 주민들이 이주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철거 작업과 착공에 돌입할 수 없기 때문에 빠르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정부의 대책은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이 외에 12·16 대책 자체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논리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는 하락할 정도로 안정화하고 있다”고 발표한지 한달이 지나지 않아 전격적인 고강도 대책을 발표한 것부터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동 단위 핀셋으로 지정한다는 애초 방침과 달리 이번 대책에서는 구 별로 대거 지정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가격 9억원, 15억원이라는 선을 그어 규제를 하면서 실수요자는 영향이 없다고 한다”며 “이미 서울 중위아파트의 가격이 9억원 수준인데 실수요자에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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