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즉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한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수정안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조항은 사실상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를 독점하는 효과를 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침해하는 측면에서 위헌 소지가 제기된다. 또 공수처가 수사 개시 여부 등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을 자체 규칙으로 정하도록 한 것도 헌법과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검찰과 학계에서는 4+1의 공수처법 수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공수처가 모든 수사기관으로부터 고위공직자 범죄사실을 통보받고 관련 사건의 이첩결정권을 갖는 부분이다. 이는 공수처가 사실상 고위공직자 범죄를 총괄하고 지휘하는 효과를 낸다. 따라서 헌법에 따라 국무회의를 거쳐 임명되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이 제기된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헌법기관인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 조직이 무력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4+1법안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정보 및 수사를 사실상 독점하게 함으로써 고위공직자에 대한 평등권 위반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일반 국민과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된다”고 했다.
또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언제든지 고위공직자 범죄 사건을 이첩받아올 수 있는 것은 헌법의 조직 구성 원리인 견제와 균형의 정신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수처와 함께 추진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에서는 경찰과 검찰의 사건이 중복될 때 경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면 우선권을 가져가도록 했다. 그런데 공수처는 이러한 수사 단계를 불문하고 언제든 사건을 이첩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조직 간 권한을 분산하고 서로 견제하도록 하는데 공수처는 여기서 홀로 자유롭다”며 “헌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법안을 만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조직·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자체 규칙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헌법정신과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헌법이 내부규율에 관한 규칙을 자체적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한 기관은 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국회 네 곳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특히 4+1법안은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으로부터 고위공직자 범죄사실을 통보받았을 때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하는 기간과 방법도 규칙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한 차장검사는 “다른 기관과의 관계를 자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4+1에서 공론화 과정 없이 갑작스레 위와 같은 조항들을 삽입한 탓에 이 같은 위헌 소지가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 교수)은 “4+1에서 넣은 조항들은 지금까지 공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며 “학계에서 논의되지 않은 사항이 들어가버리면 체계의 정당성 면에서 타당한지 검증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공수처가 체계상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위헌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이라고 하면 헌법에 명백히 어긋나야 하는데 공수처가 그 정도인지는 의문”이라며 “그것보다는 공수처의 존재가 바람직하냐 아니냐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조권형·이지성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