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올해의책-유럽도시기행]로마 포로 로마노·이스탄불 골든 혼…유럽의 문화수도서 역사를 읽다

☞인문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펴냄




“오늘을 사는 우리는 소크라테스를 죽인 아테네 시민들보다 얼마나 더 훌륭하며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 얼마나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얼마나 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가? 나는 직접민주주의가 다수의 폭정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비관론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그리스 아테네의 고대 지구 플라카 앞에서 작가 유시민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떠올리며 아테네 민주주의의 잠재력과 한계를 읊조렸다. 스무 살 시절부터 유럽의 도시들에 마음이 흔들렸다는 저자가 아테네, 로마, 이스탄불, 파리를 여행한 기록을 ‘유럽 도시 기행 1’에 담았다. 지난 5년의 여행을 추리고 정리한 것인데, 유시민이 쓰고 아내 한혜경 씨가 그림을 그렸다. 한 도시에 기본 4박 5일을 머무르며 평범하게 여행하면서도 사색과 역사를 파고든 게 특징이다.


그가 찾은 도시들은 각기 다른 시대에 유럽의 문화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이 이룩한 정치적·사회적·문화적 성취는 유럽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를 크게 바꾸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발길을 끌었다. 아테네 플라카지구, 로마의 포로 로마노, 이스탄불 골든 혼, 파리 라탱지구, 빈의 제체시온, 부다페스트 언드라시 거리, 이르쿠츠크 데카브리스트의 집. 이런 곳들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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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길과 공원, 도시의 모든 것은 ‘텍스트(text)’일 뿐이다.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듯 도시의 텍스트도 해석을 요구한다. 그 요구에 응답하려면 ‘콘텍스트(context)’를 파악해야 한다.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과 욕망, 그들이 처해 있었던 환경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누가, 언제, 왜, 어떤 제약조건 아래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살피지 않는 사람에게, 도시는 그저 자신을 보여줄 뿐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지는 않는다.”

에펠탑이 있는 파리가 오늘날의 지구촌 문화수도로 꼽혔다. “자본주의는 격차와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지만 적어도 공공연한 강제 노동이 없다는 점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질서임이 분명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고대 왕궁이나 교회와 달리 강제 노동 없이 축조된 에펠탑이 자유와 평등, 인권의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지식 소매상’을 자처하는 저자의 박식한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독특한 시선을 따라다닐 수 있다는 것이 독자의 즐거움이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2권은 빈,프라하,부다페스트,드레스덴을 다룰 예정이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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