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1일 이전에 전세대출을 받아 전셋집에 살면서 9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전세 만기 때 대출이 회수되지 않고 연장이 가능하다. 규제가 나오기 전이므로 이들에게까지 칼날을 대는 것은 ‘정부 신뢰’에 반하는 조치라며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지난달 11일 이전에 전세대출을 이용해 갭투자를 한 사람이 상당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이 전세계약을 연장할 길이 열리게 됐다.
27일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0·1대책으로 11월11일부터 9억원 초과 주택을 가진 사람이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공적보증이 제한됐다”며 “그러나 11일 이전에 9억원 초과 주택을 갖고 있으면서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를 사는 사람은 앞으로 전세 만기가 돌아와도 같은 대출 규모라는 전제하에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국은 내년 1월 중순 전세대출 금지·회수 예외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9억원 넘는 집에 갭투자를 하면서 본인은 전세대출을 받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 12·16대책의 기본취지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에 이전에 9억원 초과 주택을 가졌으면서도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은 앞으로 전세 만기가 돌아왔을 때 일종의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해석해 만기가 연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전세대출 보증제한이 나오기 전인 11월11일 이전에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은 미래에 어떤 규제가 나올지 모르고 행동한 것이므로 예외를 인정해주겠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만약 이들에게 만기연장을 불허하면 당사자들로부터 ‘이런 규제가 나올 줄 알았으면 전세대출을 받지 않고 전세를 살지도 않았다’는 불만과 관련 소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번 예외 조치로 적지 않은 가구의 전세대출 만기가 연장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6~10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 매매 거래된 주택 중 보증금을 승계한 비중은 60% 내외에 달했다. 10채 중 6채가량이 갭투자였다는 이야기다. 이들 매수자 중 자기 소유의 집에 살면서 추가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도 있겠지만 본인은 전세를 살며 갭투자한 이들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1월11일 이후부터는 전세대출 공적보증을 받으려면 본인 소유의 집값이 9억원 이하여야 했다. 그러나 당국은 이들 중 전세 만기 시점에 소유한 집이 9억원을 넘기면 전세대출 만기연장을 불허할 방침이다. 11일 이후는 9억원을 초과하는 집이 있으면 공적보증을 통한 전세대출을 금지한다고 국민에게 충분히 공지한 때였다. 이때 새롭게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은 규제 내용을 숙지하고 있으므로 제재 대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 1월 중순 이후 차주가 전세대출을 받은 후 새롭게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하는 것이 적발되면 전세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보유 수 확인 시스템(HOMS)을 통해 전세대출 차주가 고가주택을 샀는지 등을 최대한 단축된 점검주기로 확인한다.
다만 이 경우 전세를 준 집주인(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의 사정으로 갑자기 전세금을 되돌려줘야 하는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당국은 전세대출 차주가 대출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할 경우 일단 은행이 전세대출 보증기관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고 보증기관이 전세대출 차주를 추심하게 해 임대인이 피해를 보은 일은 없게 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