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구체적인 여행 방식을 20일 공개하며 남북교류협력에 박차를 가했다.
통일부는 이날 ‘개별관광 참고자료’를 통해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구체적인 방북 방식으로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육로를 통한 직접 방문 △ 우리 국민의 제3국 통한 방문 △ 외국인의 남북연계관광 허용 등 3가지 형태를 제시했다.
하지만 관광객의 안전보장 문제와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한미갈등 등 3대 난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신변 안전 보장 대책이 미흡하다는 데 있다. 정부는 북한 비자나 북측과의 합의서 및 계약서, 특약 체결 등 ‘북측의 초청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있는 경우만 방북을 승인하겠다고 밝혔지만,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담보하긴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2008년 금강산을 관광하던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이후 북측이 이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은 만큼 우발적인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남북협력이 북미 비핵화 협상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미국의 경고에도 정부가 개별관광 추진을 구체화하면서 대북 제재 완화 문제가 한미동맹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남북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미 실무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상의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 내에서 주권논란을 일으킨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강조하며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이행해야 한다”고 대북제재 준수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개별관광은 유엔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특히 개별관광이 북한과 연관된 제3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당국자는 “관광 목적으로 방북 시 소지하는 개인 휴대품은 기본적으로 제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유엔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개별관광 문제를 두고 한미 간의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정부의 개별관광 추진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참여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총괄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남북협력 추진이 ‘만시지탄’이라면서도 “(개별관광은) 유엔제재 밖에 있고 대한민국 국민만 못 가고 있는데,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관광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의 비핵화 방법 독점권을 비판한 뒤 “일방적 제재만 가지고 압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중러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미연합훈련 재개와 추가 대북제재가 없으면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