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보름여 전만 해도 한 장에 800원에 불과했던 W사의 황사·방역용 마스크(KF94 기준)는 지난 1일 현재 오픈마켓에서 3,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보름 만에 가격이 4배 넘게 치솟은 것이다. 가격 변동성이 높은 오픈마켓에서 마스크 판매 글을 검색해보면 장당 5,000원 이상을 부르는 곳도 있다.
유통업자의 매점 매석이 의심되는 상황도 잇따른다. 11번가·위메프·지마켓 등 국내 주요 오픈마켓에 ‘마스크 물량을 확보했다’며 판매 글을 올린 이들은 500매 묶음에 150만원이 넘는 가격을 내걸었다. 장당 3,000원이 넘는 가격이다. 통상 한 박스에 50장이지만 30장만 따로 빼내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이도 수두룩하다. 소비자들은 정상가 판매 제품이 일시품절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치르고 이 제품을 사는 실정이다. 도매 단가도 가격 급등세가 가파르다. 기존 400~500원인 KF94의 경우 일부 영세 공장에서는 1,800원(지난달 31일 기준)까지 치솟았는데, 이런 여파가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스크 가격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다. 설 연휴 직후에는 유통업자들이 매점 매석을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가 고강도 단속에 나서면서 이제는 중국 상인들이 시장 교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 마스크 소매상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SNS)에 ‘한국산 마스크 대량 확보’ 글이 넘쳐난다”며 “국내 도소매상들이 공장을 달려가면 중국 상인들이 현금 뭉치를 주며 한달치 예약을 걸어둔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SNS에서 한국산 마스크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오늘 한국에서 만든 마스크를 들고 홍콩으로 간다”, “한국에서도 하룻밤 사이에 재고가 없다. 인당 주문 받을 물량을 제한하겠다”는 중국 상인들의 글이 넘쳐난다.
하지만 정부가 마스크의 중국 유출을 전면 금지하지 않는 한 중국 상인들의 사재기를 막을 방법은 요원하다. 한 마스크 도매상은 “그들(마스크 공장)도 사람이니 줄지어 있는 중국 상인들이 들고 있는 현금 다발에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않겠나”며 “우리도 선입금하지 않으면 공장 위치조차 알 수 없어 속이 탄다”고 전했다. 오픈마켓으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한 소매상도 ‘마스크로 폭리를 취하지 말라’는 소비자 항의에 “중국 쪽에서 아주 비싸게 몇 백만 장씩 주문이 들어오고, 공급가가 흔들려 우리도 비싸게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으로 물량이 다 넘어가면 한국 소비자들은 점점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문제는 마스크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부직포 원단을 들여와 생산하는 일부 제조사의 경우는 길어진 춘절 연휴 탓에 2주 내 원단 재고가 동날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 수입현황을 조사한 중소벤처기업부는 “마스크 원단 부족 현상은 일부 업체에 국한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부직포 생산이 가능한 국내 업체는 웰크론(065950)·3M 등 극소수에 불과해 원단 확보가 마스크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하다. 웰크론 관계자는 “자사는 부직포 원단 등을 국내 기업들에 대규모로 공급하고 있다”면서도 “워낙 수요가 폭증해 원단 물량을 구하지 못하는 영세한 업체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