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조원태 편든 이명희·조현민…한진家 경영권 분쟁 새국면

"조현아 외부 연대 안타까워

조 회장 중심 경영체제 지지"

내달 주총서 우호 지분 대결

0535A01 한진칼 경영권 분쟁 지분율 현황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180640) 전무가 조원태 한진(002320)그룹 회장과 손을 잡았다. 오는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 KCGI, 반도건설 연합군과 조원태·이명희·조현민·델타항공·카카오 등으로 구성된 오너가의 팽팽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대(對) 조현아’ 구도에서 ‘한진가(家) 대 조현아 연합’ 구도로 변하게 됐다. ★관련기사 2면

4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의 어머니인 이 고문과 동생인 조 전무는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입장문에서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 사람은 “조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어느 특정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그동안 소외됐던 일반주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며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전 부사장과 상반된 의견을 내며 일단 조 회장 입장에서는 한진가 가족들의 지지를 받아 이번 경영권 분쟁의 전선을 한진가와 외부세력 간 다툼으로 굳혔다는 데 의미를 갖게 됐다. 또 델타항공·카카오 등 조 회장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주주들과의 연대에서도 조 전 부사장 연합보다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양측은 2월12일로 예상되는 한진칼 소수주주 주주제안 마감 시한까지 각각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편, 주주가치 증대 방안을 내놓은 뒤 본격적인 의결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3월 주총을 앞두고 현재 조 회장은 33.45%, 조 전 부사장은 31.98%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0535A02 한진그룹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오너 일가가 완전히 갈라졌다. 일부의 예상과 달리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KCGI·반도건설 등 외부세력과 결탁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다른 길을 가게 됐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혀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진가 오너 일가의 결속력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물밑으로 오너 일가에서 어떤 거래(?)가 오갔을 수 있지만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한진가와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한 외부세력 간 다툼으로 정리된 셈이다. 결국 한진 경영권은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든든한 우군 얻은 조원태




조 회장은 이 고문과 조 전무의 공개지지 선언으로 경영권 유지의 명분을 얻었다. KCGI·반도건설 등 외부세력과 ‘결탁’하며 가족을 배신했다는 프레임으로 조 전 부사장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 간의 결속력 강화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측근들은 물론 델타항공·카카오 등 비즈니스 관계로 결합된 주주들을 끌어들일 명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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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문의 조 회장 지지 선언은 사실 의외다. 지난해 말 이 고문의 자택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 이후 이 고문은 조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실제 조 회장은 어머니의 측근으로 분류된 임원들을 지난해 말 인사에서 모두 좌천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반전은 외부세력과 손잡고 전문경영인을 세우겠다는 조 전 부사장의 선언으로 시작됐다. 여기다 현직을 유지하며 이 고문과 같이 살고 있는 조 전무의 조언이 이 고문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또 조 회장의 물리적 충돌에 대한 사과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설득도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고문이 조 회장 지지를 선언한 바탕에는 ‘그룹 경영권은 오너 일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과 공동주주로 나설 경우 조 회장은 지분 22.45%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조 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과 카카오(1%), 기타 임원들의 지분까지 더하면 확보한 지분은 33.45%로 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지분 31.98%를 넘어선다. 결국 양측 모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주총에서 과반을 차지하려면 조 회장은 10% 수준, 조 전 부사장은 11%대의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지난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지분 30.46% 중 8.2%만 조 회장 측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 회장이 주총 참석 지분의 과반 찬성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와 개인주주들까지 우호세력으로 포섭해야 한다.

0516A02 한진칼 주요주주 경영목표


2월 주주제안 제출 임박, 복잡한 셈법



한진칼 주총은 3월 마지막 주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월12일 무렵에는 주주제안을 제출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 연합은 KCGI가 꾸준히 제기해온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이들은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특정주주 개인의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주주 공동이익을 구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따라 가족 공동경영 체제 유지를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적자가 지속되는 한진그룹의 비핵심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그룹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를 주장하되 일정 부분의 경영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양측은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받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향방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의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7일로 예정된 한진칼 이사회에서 경영 관련 쇄신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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