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글로벌 순회 전시…미술韓流 만들 것"

■취임1년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韓현대미술 알리기 긴밀하게 추진

이젠 국제무대서 존재감 드러낼때

교과서 쓴다는 생각, 소장품 구현

올핸 판화 등 소외된 장르 재조명

진정성 있는 젊은 관객 많아 희망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한류의 중심은 대중문화지만 ‘미술 한류’도 국제 경쟁력이 있습니다. 미술은 번역이 필요없는 보편적 공통언어니까요. 국제 무대에서 한국미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해외의 A급 주요미술관들과 ‘20세기 한국미술’ 관련 학술대회와 전시를 긴밀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곧 가시화 할 겁니다. 이는 미술시장 활성화와 전업작가의 창작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만난 윤범모(69·사진) 관장은 본격적인 미술 한류를 자신있게 예고했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에는 미술관이 기획한 윤형근 전시를 현지로 ‘수출’해 화제를 모았고, 개관 5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 등으로 해외 유수 기관과 교류기반도 다졌기에 윤 관장의 말에는 힘이 넘쳤다. 그는 “외국의 유력 미술관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나아가 우리 미술관 소장품을 전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윤 관장은 지난 1년을 되짚으며 “미사일처럼 빨리 지나간 시간이자 숨 가쁜 준비기간이었다”면서 “미술관의 겉을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내실을 다시는 게 내 소명이라 여기며 우리 미술의 자존심 찾기, 제 얼굴 찾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근대미술 연구자이며 미술사학자 출신인 윤 관장은 우선 지난 5년간의 전시 내용을 분석하고, 서구 현대미술 중심으로 편재된 미술관의 문제를 지적했다. “시대나 장르가 이 빠지듯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그는 “올해는 개관이래 처음 서예전을 기획하는 등 공예,판화 등 소외된 장르를 재조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흔히 ‘미술관=전시장’이라 생각하지만 미술관의 본래 기능은 “조사와 연구를 기반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그 결과 격으로 소장품을 수집하는 연구기관이자 교육기관”이다. 윤 관장은 8,000여점의 미술관 소장품을 장르·시대·작가·내용별로 검토했고 희귀한 근대 미술과 걸출한 해외 미술을 보완했다. 그 결과 지난해 처음으로 소장품수집 외부전문가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한 미술관의 성격과 품격을 파악하려면 소장품을 보게 됩니다. 소장 철학이 미술관 운영의 핵심과 맞닿거든요. 우리 미술관 소장품으로 미술교과서를 쓴다는 생각으로 소장품을 구현하는 중입니다. 소장품이 탄탄해야 국내외 많은 전시에 작품을 대여해주며 우리 미술을 자랑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출간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00’은 그 맥락에서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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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내 ‘미술책방’과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판매 중인 이 책은 단숨에 도록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만큼 우리 미술에 목마른 대중들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미술관 관람객은 전년비 12%(29만명) 증가해 274만명을 이끌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자주 찾는 MMCA프렌즈도 6,100명 늘어 3만4,258명을 확보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미술관은 연령높은 관람객이 많은데 우리 미술관은 젊은 관객이 꽉 채우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미술관람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는데, 우리 젊은 관객들 상당수가 그렇게 진지합니다. 단순한 수적 증가보다 그런 진정성 있는 관객이 더 의미있고, 그들이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희망적입니다.”

그가 취임 당시 천명한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반쪽 미술사의 복원’ 계획은 정국 경색으로 답보상태지만 다행히 지난해 말 북한미술 자료를 공식 취급할 수 있는 ‘특수자료인가기관’으로 정부 승인을 받았다. “1970년대 미·소 냉전이 데탕트(긴장완화)로 접어들게 된 첫 계기가 전시였습니다. 스포츠는 승부를 가리는 불편함이 있지만 전시는 협의가 가능합니다. 당시 소련은 워싱턴으로 자신들의 인상주의 회화를, 미국은 자국의 사실주의 화가 작품을 소련에서 전시해 경색된 물꼬를 텄지요. 남북한도 ‘그리운 산하’를 주제로 남북 명승지 풍경화 전시를 할 수도 있고 소장품 교류전을 할 수 있겠죠. 그 전제가 연구입니다. 북한미술 관련 특수자료실을 마련해 북한미술연구자 양성에 일조할 수 있는 공간을 서울관 내 마련해 상반기에 개관할 겁니다.”

이 밖에 관심이 높은 백남준의 ‘다다익선’ 복원을 위해 예산 15억원을 확보했다. 백남준의 조카이자 저작권 상속자인 켄 백 하쿠타와 관계 회복을 위한 디딤돌로써 ‘백남준 아카이브 전시’도 조심스레 추진하고 있다.

“우리 미술을 알리고 스타 작가와 스타 큐레이터를 양성해 국격을 올리는 것도 미술관의 역할이지만 근본적인 물음은 미술관 관객에게 쏠려 있습니다. 미술관은 상상력의 충전소니까요.”
·사진 성형주기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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