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한국인 입국금지라는 초강경 조치를 취하는 등 전 세계에 ‘코리아포비아(한국 공포증)’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감염병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한 만큼 한국인의 이동 자유를 제약하는 나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여행경보나 입국정책은 타국의 상황과 해당국의 자체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한국의 감염병 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될 경우 한국인에 대한 제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일방 조치 ‘외교 홀대’ 논란=실제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이스라엘을 찾았던 한국인들이 사전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입국이 금지되는 등 한국의 ‘글로벌 고립’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3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2일 오후7시30분께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KE957편 탑승객과 함께 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정부는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이스라엘 정부에 입국 허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E957편에 탑승한 한국인 승객 130여명은 텔아비브 국제공항에서 2시간여를 보낸 뒤 이날 오후2시40분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입국금지 조치를 일방적으로 단행한 만큼 ‘외교 홀대’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관련 동향을 인지한 즉시 이스라엘 정부 및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측을 접촉해 이스라엘 내 우리 국민 및 여행객들에 대한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이스라엘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 관련 이스라엘 내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불가피하게 취하게 된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향후 대책 등과 관련해 우리 측과 긴밀히 협조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해외체류 국민 발 묶일 우려도=더 큰 문제는 다른 나라로의 이동이 제약을 받을 뿐 아니라 해외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발까지 묶일 가능성이다. 국내 한 언론은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 한국인 1,600여명을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2주 자가격리를 시행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이스라엘 정부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입국한 한국 관광객에 대해 격리 조치를 실시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이스라엘 측과의 긴밀한 협의하에 이스라엘 내 우리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적극적인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필요 시 여행객 조기 귀국 등 관련 대책을 조속히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입국’ 제한국가 나날이 늘어=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관리를 강화하는 나라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이 한국인에 대한 입국을 제한한 데 이어 바레인은 지난 21일부터 한국을 비롯해 발병 국가를 최근 14일 이내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한국 국민 중 바레인 거주허가증 보유자는 입국이 가능하지만 의료검사와 격리 등 강화된 검역을 받아야 한다. 영국은 한국 등 7개국 방문자는 14일 이내 증상이 있을 경우 자가격리 및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 국무부도 한국과 일본의 여행경보를 기존 1단계에서 ‘강화된 주의 실시’라는 2단계로 높였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태국 항공사는 한국행 항공편의 전체 또는 일부를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비용항공사인 타이 에어아시아엑스는 다음달 6~27일 모든 한국행 항공편을 취소했다. 외교부는 세계 여러 나라의 한국인 이동제재 움직임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우리 정부가 적극적이고 신뢰성 있는 조치로 코로나19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각국 정부와 방역 관련 정보공유 등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