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금융권 사외이사 선임 '셈법' 복잡해진다

KB·하나·NH농협 등 지주사

CEO 임기 1년내 줄줄이 만료

회추위 구성 사외이사에 촉각

지배구조 불확실성 해소 위해

교체 최소화·외풍 차단 안간힘




내년 3월까지 국내 5대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모두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금융지주사들의 사외이사 교체 여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사외이사의 힘이 과거와 달리 커져 차기 회장 인선에 바람막이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우군을 확보해야 할 CEO들로서는 사외이사 진용에 따라 연임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는데다 후보군도 제한적이어서 더욱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임기가 만료되는 데 이어 4월에는 김광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11월과 내년 3월에는 각각 윤종규 KB금융(105560)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의 임기가 도래한다. 조 회장과 손 회장은 금융당국의 ‘법률 리스크’ 등의 경고에도 앞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 단독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됐다. 회장·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들이 회장 연임에 힘을 실어주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회추위가 예정된 농협금융과 KB금융·하나금융의 새로운 이사진의 면면이다. 3개 지주에서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는 총 17명. 전체 21명 중에 80.9%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 지주는 최대 6년까지 사외이사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내규에 따라 14명이 중임을 택했고 최대 임기를 채운 3명만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지배구조 변화를 앞두고 킹메이커 역할을 할 사외이사 진용을 최대한 유지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김 회장의 임기가 1년가량 남아 가장 여유가 있지만 최근 내규를 바꿔 사외이사 변동을 사전에 차단했다. 5년으로 제한됐던 사외이사의 최대 임기를 개정 상법에 따라 1년 연장해 6년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윤성복 사외이사가 3월 최대 임기를 채워 물러나야 했지만 내년까지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연말 회추위에 앞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관련기사



4월로 회장 임기가 임박한 농협금융은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방문규 전 사외이사의 공석을 채워야 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방 행장의 후임자를 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임추위원에 방 전 이사의 후임이 포함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현 임추위원은 이준행·박해식·이기연·이진순 사외이사와 손병환 지주 부사장(사내이사) 등 총 5인이다. 김 회장의 임기 종료 전 40일 전까지 임추위 첫 회의를 열어야 하는데 그에 앞서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이 때문에 기존 임추위의 틀을 흔들지 않을 인물을 물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B금융은 유석렬·박재하 이사가 최장 임기인 5년을 모두 채워 퇴임한다. KB금융은 사외이사 임기를 늘리는 등의 내규 수정 없이 후보군 추천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결격사유 심사에 들어가 최종 후보를 선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종 후보군은 청탁 방지 등을 위해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가 주총일 2주 전에 공시된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과정에서 부각된 이사회의 역할이 다른 지주사의 사외이사 선임 작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1년 전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금융당국의 법률 리스크 언급으로 하나은행장 연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신한과 우리 모두 이사회의 확고한 지지로 흔들리지 않았다”며 “특히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이후 금융권 CEO는 누구든 제2의 손태승·함영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외풍을 막을 수 있는 인물로 이사회를 구성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종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