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메르스 감염자 수를 넘기고 역대급 전염력을 보이면서 유통가가 셧다운 비상이 걸렸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달 19일 이후 지금까지 확진자 방문으로 하루 이상 임시 휴업에 들어간 백화점·마트·면세점·호텔 등의 점포는 최소 25곳에 달한다. 하루 매출이 억원 단위인 대형마트부터 수백억원으로 몸집이 큰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영업중단 점포가 잇따르자 피해 금액은 수천억원 단위로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전체적인 매출 급감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영등포점을 임시 휴점했다. 19일 대전 지역 두 번째 확진자가 이 매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같은 날 신세계(004170)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식품관도 문을 닫았다. 앞서 현대백화점(069960)도 대구점에 확진자가 방문해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롯데백화점이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건 명동본점(7~9일), 전주점(21~23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사흘간 휴업에 들어갔던 롯데백화점 명동본점은 이 기간 약 15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방역을 위해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전체가 쉬었던 10일 하루에는 1,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공중에 흩어졌다. 현대백화점도 송도 프리미엄 아울렛에 19번 확진자가 다녀간 후 매출이 80%나 꺾였다.
대형마트도 도미노 셧다운 공포에 휩싸였다. 이마트(139480)는 이날 신천지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과천점을 하루 휴업하기로 했다. 확진자가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시민의 안전과 방역을 위해 휴점을 결정했다. 21일에는 이마트 일산 킨텍스점과 롯데마트 전주송천점, 홈플러스 광주계림점에 이어 22일에는 롯데마트 청주상당점과 대전노은점도 임시 휴업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매장 규모에 따라 하루 평균 매출이 4억~5억원 수준으로 코로나19를 통해 40억~50억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
항공과 여행 타격은 면세업계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국내외 여행객이 감소하고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인 보따리상의 급감으로 면세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하루 매출은 약 150억~200억원에 달하는데 최근 한 달간 주요 면세점들의 매출은 30~40%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제주 점포를 임시 휴점했던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의 휴무일 피해 금액은 각각 1,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호텔도 관광객 감소와 호캉스 수요 급감에 직격탄을 맞았다. 확진자가 다녀간 프레지던트호텔은 문을 닫은 10일간 약 10억원의 피해를 입었고 롯데호텔은 객실 취소가 국내외에서 5만여건에 달해 수백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 서울 시내의 한 글로벌 브랜드 호텔은 한국 사업 진출 후 첫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1·4분기는 물론 상반기 실적 전체에 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시 휴업에 따른 손실은 물론 외출 기피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매출이 점점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백화점의 2월 매출은 전년 대비 20%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러스 공포감에 외출을 꺼리니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막대하다”며 “3월부터 본격적인 봄 장사에 돌입해야 하는데 마케팅조차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