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첫 담화서 청와대 맹비난한 北김여정, '문재인 비판'은 자제

"화력전투훈련, 위렵용 아닌 자위적 행동...

남측도 전쟁연습놀이하면서 적반하장 극치"

"文대통령 직접 유감 표명 아니라 다행...

청와대 행태는 3살 난 아이와 다르지 않아"

전문가들 "김여정 위상, 대남총괄 수준 격상"

지난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여정(오른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방명록 필기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018년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여정(오른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방명록 필기구를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청와대가 우려를 표시한 것을 두고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북한의 화력전투훈련은 자위적 행동일 뿐 주변국에 대한 위협용이 아니란 주장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김 제1부부장의 첫 담화를 두고 북한 내에서 그의 위상이 김 위원장을 단순 보좌하는 역할을 이미 넘어선 게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았다.

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은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내고 “불에 놀라면 부지깽이만 봐도 놀란다고 했다”며 “2일 진행된 인민군전선포병들의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남조선 청와대의 반응이 그렇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을 한것이 아니다”라며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정부의 반응에 강한 거부감을 내비쳤다. 그는 “(청와대의 반응은)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라며 “청와대나 국방부가 자동응답기처럼 늘 외워대던 소리”라고 주장했다.

김 제1부부장은 또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라며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있으며 첨단군사장비를 사오는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 보기 싫은 놀음은 다 하는 것으로 안다”고 역설했다. 김 제1부부장은 “몰래몰래 끌어다 놓는 (한국의)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라며 “3월에 강행하려던 합동군사연습도 남조선에 창궐하는 신형 코로나 비루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연기시킨 것이지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남측더러 그렇게도 하고 싶어하는 합동군사연습 놀이를 조선반도의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중단할것을 요구한다면 청와대는 어떻게 대답할지 참으로 궁금하다”며 “전쟁연습 놀이에 그리도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 군사훈련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밝혔다.


김 제1부부장은 아울러 “청와대의 이러한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증폭시킬 뿐”이라며 “청와대의 행태는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억지 부리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은 꼴”이라며 “동족보다 동맹을 더 중히 여기며 붙어 살았으니 닮아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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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가운데)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2018년 2월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가운데)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제1부부장은 다만 담화 내내 청와대를 공격하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삼갔다. 그는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아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며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말했다.

김 제1부부장이 본인 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들어 북한 고위 인사 명의의 담화로는 지난 1월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 이후 두 번째다. 전문가들은 이번 담화가 김 제1부부장의 영향력이 확대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 핵실험이나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정부가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나 단거리 발사체 분야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우리가 북한의 정규훈련과정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에 대해서까지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앞으로 남북관계의 관리와 개선을 위해서는 청와대와 정부의 대북 메시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내부결속을 다지고 하노이 1주년을 맞아 미국을 겨냥한 비난 메시지를 발산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며 “김여정 담화가 나왔다는 것은 김여정의 역할과 입지변화를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자력갱생 시대에 김여정이 대남관계도 총괄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여정을 내세워 우리를 최대한 압박하기 위한 수 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고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분리했다는 점에서 수위조절도 엿보인다”고 덧붙였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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