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광주형 일자리 손떼라" 반기든 현대차 노조

"코로나 사태에 유동성 위기

실효성 없는 투자 안된다"

한노총, 사업 협약파기 이어

노조도 가세…불확실성 가중




‘광주형 일자리’의 2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노동조합(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 현대차(005380)의 해당 사업 투자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마당에 새로 ‘실효성 없는 투자’를 할 여력이 어디 있느냐는 얘기다. 올 들어 광주형 일자리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사업 협약을 파기하고 주요 주주들이 투자 철회를 시사한 데 이어 국내 자동차 업계 최대 노동조직이자 2대주주인 현대차의 노조까지 무효화를 거들고 나서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1일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에서 손을 빼라’는 제목의 소식지를 내고 “해외 공장들이 잇따라 폐쇄되고 신용평가사들이 현대차의 유동성 위기를 경고하는 마당에 엉뚱한 곳에 투자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참에 현대차는 투자 계획을 거두는 게 낫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현재 광주형 일자리 공장의 공정률이 8% 정도고 현대차의 신설법인 투자 지분도 19%에 지나지 않아 (사업이) 무산되더라도 손해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형 일자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면서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광주형 일자리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고 강한 어조로 사업을 비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상급 단체와 함께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다만 그동안은 ‘저임금으로 인한 일자리 하향 평준화’ ‘재벌 특혜’ 등을 주장해왔다면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현실적인 위기를 반대 이유로 들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장이 문을 닫고 우리 조합원들도 일감이 끊길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데 다른 데 쓸 돈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라며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반대 이유가 시장논리로 바뀐 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해 회사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수출길이 막힌 이달 들어 ‘고용보장’ ‘해고금지’ 등을 주장하는 소식지를 연일 발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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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임금(주 44시간 노동 기준 연 3,500만원)을 통한 신규 자동차 공장 설립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추진돼온 광주형 일자리는 올 들어 한국노총과 주요 주주, 현대차 노조 등 안팎의 관련 조직들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삐걱대고 있다. 한국노총은 올해 강성 성향의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현대차 출신 광주 글로벌모터스 경영진 퇴진’ ‘노동이사제 도입’ ‘임원 급여 제한’ 등을 요구하다가 급기야 지난 2일 사업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한국노총의 오락가락 행보에 광주형 일자리 주요 주주들은 8일 긴급 주주총회를 열고 “오는 29일까지 사태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사업 진행 여부를 재고하겠다”고 압박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만들기로 한 경차 시장이 지난해 역대 최저로 쪼그라든 상황도 사업의 미래를 의심하게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 경차(배기량 1,000㏄ 미만) 판매량은 11만5,859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12년만 해도 20만2,844대의 내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약 7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판매량 10만대가 깨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생산하는 경차도 팔리지 않는 게 냉정한 현실”이라며 “(광주형 일자리는)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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