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미래통합당 당 대표 권한대행이 23일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제안하려 했지만 만남이 불발됐다. 당내 반발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김 전 위원장은 “관심없다”고 말해 비대위 출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김 전 위원장은 귀갓길 서울 종로구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심 원내대표를 안 만났다”며 “여러 가지 상황이 있어서 못 만났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심 원내대표를 만날 계획을 묻는 말에 “내가 뭐…그런 것 별 관심 없다”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 안팎의 보수진영 중진이 ‘전권 비대위’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해 “뭐가 어렵다는 것이냐. 나는 그런 것과 관계없다”고 했다.
21대 총선으로 3선이 된 조해진 당선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외부 인사들로 비대위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당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선언”이라며 “당이 자주적 역량이 없어서 식민통치를 자청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적었다. 이어 “차라리 헤쳐 모여 하는 것이 바른길이 아니겠는가”라며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이 대선 후보 선정까지 관여할 뜻을 내비친 데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날 재선의원 15명이 회동을 통해 김종인 비대위의 조속한 시행에 합의해 당내 분위기는 엇갈리는 상황이다. 3일 김성원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회의 (김종인 비대위 체제) 결정이 아쉽지만 그 또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줬다”며 “빨리 비대위 체제로 개편해 당의 변화와 혁신을 하고 국민들께 다가설 수 있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통합당에서 4·15 총선 재선에 성공한 15명의 의원은 현안 논의를 위해 재선 회동을 했다. 19명이지만 이날 회동은 송언석, 정점식, 이양수, 송석준, 김석기, 곽상도, 추경호, 성일종 의원 등 15명이 참석했다.
통합당이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을 28일로 잡고 있다. 전국위원회는 개최 3일 전에 공고한다. 당내 의견 차이가 좁혀지면 다시 김종인 비대위의 출범이 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