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결정으로 구속 56일 만에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측은 경찰이 전 목사를 불법사찰했다면서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1일 전 목사 측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 심리로 열린 전 목사의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전 목사는 공판준비기일이라 법원에 나오지 않았다.
전 목사 측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2월2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는데, 검사가 배당돼 다시 수사지휘를 사법경찰관에 내릴 때까지 최소 일주일이 걸린다”며 “그런데 (일주일만인) 1월3일 바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건 중대한 문제가 있다. 어떻게 바로 수사가 시작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뒤 “사법경찰은 고발과 상관 없이 전 목사 등에 대해 불법사찰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라고도 했다.
전 목사 측은 이어 “이런 수사가 허용된다면 현 정부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면 사찰을 하고 있다가 바로 이렇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목사 측 변호인은 아울러 “경찰이 처음 영장이 기각된 이후에도 전 목사가 참석하는 집회를 계속 불법사찰해 전 목사의 발언을 문제 삼아 불법적으로 수사기록을 만들고 공소제기가 됐기 때문에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호인은 지난 1월21일 전 목사가 기독자유당 전당대회에서 발언한 내용이 고발장에 없는데도 다음날 경찰이 작성한 수사보고에 있는 점을 볼 때 경찰에서 전 목사를 주시하다가 그대로 첨부해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목사 측 변호인은 덧붙여 전 목사의 발언 녹취록이 수십페이지가 넘는다는 점을 지적한 뒤 “이걸 사경이 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경이 했다면 불법사찰에 의한 표적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이어 “전 목사가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의 단식투쟁을 지지하고 ‘3대 악법’에 대한 저항을 표시·지지한 것 뿐”이라며 “경찰은 어떻게든 선거법 위반과 발언을 엮기 위해 사찰을 하다가 황 전 대표 단식 직후 발언이 나오자 이를 특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만약 위법수사가 확인된다면 경찰들을 고발할 수 있다”며 관련 문서들을 제출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선관위가 제출한 자료와 사건배당·주임검사 배당 수사지휘서 등 배당 관련 자료, 수사지휘서를 제출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한편 전 목사 측은 이날 재판에서 “관련자와의 접촉이나 집회를 제한한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전 목사의 변호인은 “보석 조건을 가급적 제한적으로 해서 실효적으로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변호인은 “현실적으로 예를 들자면, 전 목사가 한기총 회장으로 목회자들을 상대로 성경강의를 해 왔다”며 “당장 5월 중 목회자 성경 강의를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확답을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접촉과 집회가) 포괄적으로 많이 제한됐다”며 “법원에서 중요 증인이라 할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특정해주는 식이면 되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출했다.
전 목사 측의 이같은 요청에 재판부는 “(의견서를 내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절차를 마치고 다음 달 29일 첫 정식 재판을 열기로 했다.
전 목사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권이 없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데도 자신이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집회 참가자를 상대로 2019년 12월2일~2020년 1월12일 광화문광장 집회 또는 기도회에서 5차례 확성장치를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전 목사는 2019년 10월 집회에서 ‘대통령은 간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같은 해 12월 집회에선 ‘대통령이 대한민국 공산화를 시도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허위사실을 적시,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적용됐다.
지난 2월24일 구속된 전 목사는 이후 6번이나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돼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아왔다.
이어 전 목사는 재판에 넘겨진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