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실종신고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과 관련, 이번 의혹을 ‘섹스 스캔들’이라고 표현한 정원석 미래통합당 청년비상대책위원을 향해 “머리에 너구리 한 마리 넣고 다니냐”면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진 전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당의 똥볼을 받아서 자살골을 넣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좀 있으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 위원은 이날 오전 당 회의에 참석해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서울시 ‘섹스 스캔들’ 은폐 의혹”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그러면서 발언을 이어가던 중 주변에서 쪽지를 받고 “피해 여성이 관계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여러 성 추문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섹스 스캔들과 관련해서는 성범죄로 규정하겠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정 위원은 발언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장종화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피해자의 아픔과 사안의 심각성을 오로지 정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 통합당의 속마음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직을 사퇴하라”고 맹비난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피해자의 고소 내용 어디에도 그런 구절이 없으며, 본인은 수년간 성희롱과 성추행의 고통을 당해왔다는 것이 요지인데, 느닷없이 섹스 스캔들이라니 이 무슨 저열한 발언인가”라고 되물은 뒤 “통합당이 지금 먼저 할 일은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통합당 비대위원인 김미애 의원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유불급이라고 그냥 침묵하면 될 것을 속상하다”면서 “그 사람 본심은 모르겠지만 국민이 받아들이는 감정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 위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 글을 올렸다.
정 위원은 ‘박원순 전 시장과 서울시의 권력형 성범죄 관련 보충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연이은 권력형 성범죄 사건은 정쟁의 문제를 넘어 상식의 문제”라면서 “사전적 차원에서 ‘섹스 스캔들’(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성적인 문제와 관련된 사건)이라고 지칭한 부분에서 여성 피해자 입장에서 이를 가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 역시 배려가 부족했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은 “앞으로는 ‘권력형 성범죄’로 정정하고 용어 선정에 있어서 피해자의 입장을 더욱 반영하는데 노력하겠다”며서 “더욱 여성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