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유선암에 걸린 개의 유전자 변이 지도를 처음으로 완성, 사람 유방암의 발암 원인으로 꼽히는 유전자에서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사람을 대상으로 한 표적항암제를 반려견의 암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상우 연세대 의대 교수를 비롯한 국내 공동 연구팀이 유선암을 앓는 개 191마리의 종양 시료를 대상으로 유전체,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해 암 유전자 변이 지도를 만들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김태민 가톨릭 의대 교수, 남호정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연구팀이 참여했다.
질병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 변이의 종류와 빈도를 망라해 원인 파악과 진단·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변이가 대부분 밝혀져 있지만 개는 암을 일으키는 유전 변이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암컷 개에게서 높은 빈도로 발생하며 인간 유방암과 유사한 특성이 있는 개의 유선암을 대상으로 유전 변이와 유전자 발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 유방암의 대표적인 발암 원인으로 꼽히는 ‘PIK3CA’ 유전자에서 유선암에 걸린 개도 다수의 유전 변이가 나타났다. 데이터가 유효한 183마리 중 43%(79마리)의 PIK3CA 유전자에서 인간 유전자와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빈도로 변이가 나타난 것이다.
인간 유방암에서 나타나는 ‘PTEN’, ‘TP53’, ‘BRCA’ 유전자 변이가 개의 유선암에서도 확인됐다.
유전자 발현 정도에 따라 개의 유선암을 세 가지 아형(subtype)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람에게서 나쁜 예후를 보이는 ‘상피간엽이행’(EMT)과 유사한 특성을 보인 아형은 실제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표적항암제 등 차세대 항암제를 반려견의 암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