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막말 판사 이제 사라질까…'법정진행 매뉴얼' 바꾼다

법관12명 연구반 29일 첫회의

내년 2월에 개정판 발간 목표

"신임 법관들에 큰 도움 기대"

2815A27 법정진행



# “주제넘은 짓 하시는 겁니다.” 지난 2017년 6월 법정 방청석에 앉아 있던 교수 A씨가 B 판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A씨는 자신이 소속된 대학 총장의 배임과 성추행 혐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법원을 드나들던 상황이었다. 앞서 A씨는 법원에 총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 자료를 냈다. B 판사는 A씨에게 ‘사건 당사자가 아니니 더 이상 자료를 내지 말라’고 했지만 A씨는 탄원서를 추가로 제출했다. 문제의 발언은 이때 나온 것이다.

법원이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을 예방하는 등 재판의 질을 높이기 위한 매뉴얼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매뉴얼에 제·개정된 각종 법령과 바뀐 재판 실무를 반영하려는 취지다. 27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법관 12명으로 구성된 ‘법정진행 매뉴얼 개정 연구반’은 지난달 출범해 오는 29일 첫 회의를 앞두고 있다.


기존 법정진행 매뉴얼은 민형사재판 진행에 관한 내용을 담아 2011년 2월 발간됐다. 이번에 연구반의 논의를 거쳐 나올 개정판에는 가사·행정재판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다. 개정 매뉴얼에는 법관들의 법정 진행과 법정 언행에 관한 그간의 법원행정처의 연구 성과도 반영될 예정이다. 연구반은 내년 2월 개정판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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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반은 민형사·가사·행정 등 각 재판 분야를 전문으로 해온 부장판사 이상급 ‘베테랑 판사’들로 이뤄져 있다. 연구반장은 이창형(58·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맡았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재직 중이던 2011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진행한 법관 평가에서 만점을 받아 우수 법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연합뉴스


그동안 법원 내부에서는 법정 진행 매뉴얼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기존 매뉴얼이 만들어진 지 10년 가까이 지난 만큼 새로운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는 법정진행 매뉴얼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시대에 맞도록 내용을 수정하기로 했다. 이것이 이번 연구반의 출범 배경이다. 법원 관계자는 “많은 법관이 개정 매뉴얼을 참고로 좋은 재판을 진행하는 데 힘쓸 것으로 기대한다”며 “매뉴얼은 특히 재판 실무를 접한 지 얼마 안 된 신임 법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법관들이 변론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거나 반말로 재판을 진행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2013년 3월 ‘법정 언행 컨설팅 제도’를 도입해 운용해왔다. 외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섭외해 법관들과 상담을 진행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법관들의 언행을 개선하려는 목적이었다. 한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08년부터 매년 소속 변호사들이 맡은 재판의 담당 법관을 대상으로 법관 평가를 실시해왔다. 평가 결과는 법원행정처에 전달된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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