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 김모(24)씨가 한 달 전인 6월에는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의 탈북 경위와 심경을 자세하게 밝혔다. 김씨는 탈북 후 한국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북한이 나를 이렇게 속이고 있었구나 싶어 분통이 터졌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6월18일과 같은 달 23일, 25일 등 여러 차례 탈북민 김진아씨의 유튜브 채널 ‘개성아낙’에 나와 탈북 계기와 과정 등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개성시 개풍에서 김포로 바로 넘어온 ○○○”이라고 밝히면서 “개성공단이 깨지면서 장사가 잘 안 돼 2017년 6월에 (한국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폐쇄 이후) 금을 캐거나 약초를 캐봤지만 단가가 안 맞고 돈 벌기가 힘들었다”며 “(어릴 때부터) 양쪽 귀가 안 들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장사할 때도 힘든 점이 있었는데 금 캘 때는 집단생활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사는 것도 힘들지, 장사는 안 되지, 귀는 귀대로 먹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힘들었다”며 “(삶에) 아무 의미가 없고 희망이 안 보여 아무 생각 없이 백마산(개성시 해평리 소재)에 올라갔었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그는 백마산에서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혀서 백마산에 올라가 3일을 있었는데 죽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아무것도 안 먹고 동굴에서 3일을 있었다”며 “그러다 갈증이 나서 웅덩이에 물을 먹으러 내려왔다 고인 물을 먹고, 억지로 다시 산 위로 올라갔다. 그때 마지막으로 보게 된 곳이 바로 한국, 김포 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초저녁이었는데 (김포 쪽에) 불이 번쩍하고 산에 나무랑 꽉 차있고 너무 멋있었다”며 “(한국 쪽을) 처음 본 건 아닌데 그날따라 (한국으로) 너무 가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궁금했다. 죽기 전에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탈북을) 결심했다”고 탈북 계기를 밝혔다.
김씨는 2017년 당시 개성공단 폐쇄로 개성시의 모든 상황이 나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로 개성의 모든 게 잘 안 돌아갔다. 고종사촌 형과 형수가 개성공단을 다녀서 그래도 잘 사니까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상황이 많이 안 좋아져 시골로 내려갔다”며 “야채 하나라도 팔려면 개성공단 사람들이 수입을 해왔는데 그게 안되다 보니 다 막혔다. (예전엔) 아무거나 가지고 나가서 팔면 다 돈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말 그대로 풀이 됐다”고 털어놨다.
가난에 시달리다 탈북을 결심한 김씨는 한국에서 안 들리던 귀도 고쳤다고 한다. 그는 “유치원 때부터 안 들리던 귀를 한국에서 치료해줬다”며 “고향의 어머니나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싶단 서러움에 병원에서 눈물이 나더라”고 치료 당시 벅찼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김씨는 자신의 탈북 경위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백마산에서 내려온 다음날) 오후 3시쯤 군사분계선을 넘으려 하는데 고압선에 전류가 흐르는지 손을 살짝 대봐도 아무 감각이 없어서 그 밑으로 기어갔다. 가시철조망은 기둥 사이로 밟고 넘었다. 같은 방식으로 두 번 했다”며 “지뢰밭은 중국영화에서 나온 지뢰 해제가 생각나 나뭇가지를 꺾어서 밟는 자리마다 찌르면서 나아갔다”고 했다.
또 “낮이라 갈대밭에 숨어서 세 시간 정도를 기어 다녔다”며 “갈대밭 오물 속에서 1m 밧줄을 발견했다. 그걸 보는 순간 구명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나서 1m를 다 풀어 스티로폼을 몇 개 주워서 다 연결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스티로폼 구명대를 이용해 강을 건넌 뒤 한국 군인들에 의해 발견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7시간이다. 그는 “한참 수영을 하다 보니 (조사 때 들으니까 내가) 7시간 반을 왔다고 하더라. 가다 보니 공장(으로 보이는) 큰 불빛이 보여 3시간 정도 헤엄을 쳤는데도 (남한) 군인들이 발견을 못 해서 죽겠구나 포기를 하고 있었다”고 절박했던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도 계속 가다가 (무인도인) 유도(留島)섬이 보이더라. 거기를 지나 그때 당시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해서 방향을 틀고 난 뒤 군사분계선이 가깝다는 생각에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며 “일단 내가 땅을 밟아야 사니까 어떻게 해서든 나가자 해서 힘을 내서 나왔는데 한국 쪽에서 분계선 문을 열고 나오더라. 군인과 경찰 8명 정도가 나왔다. 조사받을 때 알게 된 건데 군인들, 김포 경찰서 사람 다 왔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나가자마자 쓰러졌다”며 “런닝셔츠만 입고 벌벌 떨고 있으니 (한국 군인이) 이불을 덮어주고 차에 태우곤 어디론가 데려가 ‘뭐 먹고 싶냐 배고프지 않냐’ 물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밥이랑 주고 그래서 먹었다”고 했다.
이어 “왜 이렇게 잘해주지 생각했다”며 “조사를 열흘 정도 받다가 국정원에 갔다. 그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분통이 터졌다. 조사를 받으면서 한국을 알게 됐고, TV를 통해 세계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북한이 나를 이렇게 속이고 있었구나 분통이 터졌다”며 “가족 생각이 나서 열흘 동안 매일 울었다. ‘북한 사람들 여기 많이 와있다. 다 정착하고 잘 사는 사람들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런 것들을 가족과 나누지 못하니까 슬펐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의 탈북 사실은 북한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연 사실을 전하면서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북한의 보도 이후 8시간여 만에 군 당국은 ‘월북자 발생’을 공식화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 당국은 탈북 시기를 2017년으로 압축했으며 이 시기 탈북민 중 연락이 닿지 않는 김씨를 유력한 월북자로 특정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는 개성에서 중학교까지 나왔고, 3년 전 한강 하구를 통해 탈북 후 김포에 거주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