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사모펀드 직격탄을 맞은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그룹 이익의 80% 이상을 책임지는 우리은행이 초저금리와 코로나19 지원 탓에 힘이 빠졌는데 이를 보완해줄 증권·보험사 등 핵심 계열사가 없다는 약점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노출됐다. 우리금융은 뼈아픈 마이너스 실적을 감수하고 4,500억원의 충당금을 미리 쌓은 만큼 하반기에는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6,6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27일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1,797억원)보다 44% 급감했다. 2·4분기만 놓고 보면 당기순이익 1,4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110억원)보다 76.7% 빠졌다. 30% 안팎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보다 마이너스 폭이 더 컸다.
우리금융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사모펀드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것이 마이너스 실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2·4분기에만 코로나19 대출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으로 2,375억원을, 라임 펀드를 포함한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으로 1,600억원을 더 쌓았다. 그 결과 올 상반기 그룹의 총 충당금 전입액은 4,467억원으로 1년 전(1,365억원)보다 네 배 가까이 불어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상반기에 일회성 비용을 선제적으로 인식해 미래 손실흡수 능력을 높였다”며 “이런 일회성 비용을 빼면 지난해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금융의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3.8% 감소한 3조4,087억원으로 상대적으로 감소폭이 작았다. 이자이익은 역대 최저 순이자마진(NIM)에도 기업대출과 핵심예금이 늘면서 2조9,407억원으로 0.3% 늘었다.
코로나19 대출과 사모펀드 사고 관련 충당금은 4대 금융의 공통 리스크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이 앞서 실적을 발표한 신한·KB·하나금융에 비해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은 비은행 계열사의 빈자리가 컸기 때문이다. 신한·KB금융은 상반기 실적 감소폭이 6% 수준에 그쳤고 하나금융은 오히려 순익이 증가하면서 ‘깜짝 성장’을 일궜는데 증권·보험 등의 선전한 덕이 컸다.
KB금융의 경우 KB국민은행의 당기순익이 4.5% 감소했는데도 사상 최대폭으로 주식거래대금이 증가한 KB증권의 2·4분기 순익이 70% 넘게 급증하며 은행의 부진을 만회했다. 신한금융도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이 각각 17.5%, 57.9% 급증한 순익을 올려 10%대 마이너스 성장한 은행의 빈자리를 메웠다.
반면 우리금융은 주력사인 우리은행이 상반기 6,779억원의 순익을 거두면서 1년 만에 45% 쪼그라든 것이 그룹 전체의 타격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우리카드가 1년 전보다 19.4% 늘어난 796억원, 우리종합금융이 40.9% 늘어난 314억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추가적인 일회성 비용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고 감독당국의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자본비율이 개선됐다”며 “자회사들 간의 시너지 본격화와 포트폴리오 확대로 시장환경을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