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K배터리' 위협하는 中·유럽…테슬라도 자체 생산 만지작

스웨덴 노스볼트, BMW와 20억유로 공급 계약

CATL은 테슬라 中 공장에 LFP 배터리 납품

LG화학 등 국내 3社, 후발업체 추격에 비상

2815A13 전기차배터리시장



유럽과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잇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납품 계약을 맺으며 한국의 ‘포스트 반도체’라고 불리는 배터리 산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여기에 파나소닉·LG화학(051910)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까지 배터리 자체 생산을 검토하고 있어 전기차 배터리 산업 생태계 자체가 뒤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의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는 최근 BMW와 20억유로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노스볼트는 오는 2024년부터 BMW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삼성SDI(006400)·CATL과 함께 BMW의 3대 공급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노스볼트의 이 같이 빠른 성장세의 배경에는 독일 폭스바겐이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노스볼트와 함께 유럽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전기차용 배터리와 각종 부품의 ‘수직계열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또 34개 파트너사와 손잡고 미래 배터리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 프로젝트인 ‘빅맵(BIG-MAP)’을 가동, 유럽 배터리 기업 육성에 나설 방침이며 세계 최대 화학사인 독일 바스프, 프랑스 석유화학 업체 토탈 등이 배터리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중국도 한국 배터리산업에 거센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은 이달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모델3’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올라설 기세다. 스마트폰용 배터리 납품업체 ATL이 모태인 CATL은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4.9%까지 올려놓았다. 다만 중국 시장 밖에서의 점유율은 3% 내외에 불과해 글로벌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에너지 밀도를 높여주는 ‘셀투팩(CTP)’ 기술을 적용해 생산한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기술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해 향후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CATL은 내년 말부터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할 ‘21C 랩’을 가동해 기술력까지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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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중국 배터리 업체의 부상은 한국에 악재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수년간 이익 확보보다는 물량 수주에 집중해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향후 ‘배터리 치킨게임’을 대비해 외형을 키우고 있어 흑자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자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CATL이나 폭스바겐의 전폭적 지원이 예상되는 노스볼트는 한국 배터리 3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노스볼트는 지난해 말 홈페이지에 한국인과 일본인 인력 30여명이 근무 중이라고 밝히는 등 한국 인력 빼가기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알려져 배터리가 자칫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액정표시장치(LCD)’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폭스바겐은 약 11억유로를 들여 중국 현지 3위 배터리 업체인 궈쉬안 지분을 인수하는 등 ‘유럽-중국’ 동맹도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규모의 경제’ 확보와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 등 앞선 기술력으로 한 차원 앞서나간다는 방침이지만 후발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당황하는 기색이다. 특히 테슬라가 일본 파나소닉과 거래를 끊고 자체 배터리 생산에 나선다는 소식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 판도 자체를 흔든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와 삼성·SK·LG 간의 ‘K배터리-자동차’ 동맹에 기대를 걸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는 보다 많은 동맹군이 필요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개월간 글로벌 누적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LG화학(1위· 24.2%), 삼성SDI(4위·6.4%), SK이노베이션(7위·4.1%)순으로 이들 점유율을 단순 합치더라도 35%에 육박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세계 최고 자동차 부품 업체인 독일 보쉬가 2년 전 진출 포기를 선언할 정도로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다”며 “다만 전기차 업체가 배터리 업체 대비 아직까지 ‘갑’일 수밖에 없는데다 전고체 배터리 등 화학 부문의 기술 진보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돼 한국 배터리 3사만의 ‘분전’만으로는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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